SPECIAL REPORT
도쿠시마(徳島)현 출신으로 1990년 일본 사회당 후보로 중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고인은 2010년 민주당 정권의 두 번째 총리인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 재임 당시 관방장관을 맡았다. 그는 일본의 한국 강제합병에 대한 사죄를 담은 ‘간 나오토 담화’와 조선 왕실의궤 반환을 주도했다. 당시 간 총리는 담화에서 “3·1 운동 등의 격렬한 저항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치·군사적 배경하에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해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간 나오토 총리 시절 관방장관
‘정치적 스승’ 최상용 전 대사에게
한·일 관계 개선 방안 조언 듣기도
앞서 야당 시절인 2001년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당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규탄하는 집회를 주도했다. 당시 한 집회에서 “매년 8월 15일 대구에 가 사할린 이산가족 집회에 참석해 사할린에 강제 징용당한 유족들의 절규를 들으면서 하루를 보낸다”며 고이즈미 총리를 비판했다. 2006년엔 “한·일 관계 악화는 고이즈미 총리라는 이례적인 인물 때문”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북한 문제 해결에 연대하자”고 호소했다.
자신보다 네 살 위인 최상용 전 주일대사를 ‘정치적 스승’이라고 불렀다. 최 전 대사에 따르면 그는 고인에게 “사회당으로는 영원히 집권하지 못한다”는 조언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 연유에선지 센고쿠 전 장관은 사회당을 떠나 96년 민주당을 창당했고, 2009년 결국 1955년 자민당 출범 이후 첫 번째 정권 교체를 통해 집권에 성공했다.
최 전 교수는 조선 왕실의궤 반환 과정에 대한 뒷얘기를 지난 29일 중앙SUNDAY에 소개했다.
“관방장관이 된 후 나를 갑자기 찾아와 한·일 관계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하냐고 묻길래 정치적으로 쟁점이 있는 사안은 조금 위험하니 문화 문제에서 대안을 찾아 보자. 한국민들은 일본이 우리 문화재를 가져간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 일본의 왕실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국보급 문화재를 한국민에게 돌려주는 게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줬는데 그 사람이 (반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