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위화 | 역자: 김태성 출판사: 푸른숲 가격: 1만4500원
책은 이 낯설지 않은 작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다. 1999년부터 최근까지, 중국은 물론 뉴욕·서울·베오그라드 등 세계 곳곳에서 강연한 원고를 묶었는데, 말미에 실린 번역자의 글이 출판 목적을 갈음한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중국 작가의 문학세계를 체계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중략) 비허구의 강연으로 이루어진 책을 번역하는 동안 위화의 문학적 연대기와 중국 당대 문학이 발전하는 과정에 나타난 갖가지 현상과 그 원인, 동력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저자의 애독자라면 호기심이 풀릴 대목도 상당하다. 대체 위화의 해학이 어디서 나왔을까에 대해 작가 스스로의 고백이 실려있다. 다름 아닌 ‘스승으로 삼는 세 명의 소설가’가 뿌리다.
그는 말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대화문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혹은 ‘심리 묘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 주인공이라면, 카프카에게선 부조리한 기법의 서사를, 윌리엄 포크너로부터는 갑자기 튀어나온 에피소드로 플롯이 엉뚱하게 흘러가는 위트를 배웠다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은 따로 없고, 좋은 일이 나쁜 일로 혹은 그 반대로 흘러갈 수 있다”는 위화의 작품 철학이 어디에서 출발했는가를 짐작케한다.
『인생』에서 주인공 푸구이의 이야기가 3인칭에서 1인칭 서술로 바뀐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3자라면 어떻게 알겠는가. 고통스러운 삶 속에도 즐거움이 있다라는 걸.”
위화 스스로 정의하는 작가의 역할은 ‘다른 사람에게 또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돈을 받는 사람’이다. 이 한 문장은 위화 소설을 바라보는 키워드다. 가치가 있는가 아닌가를 나누지 않는 서사,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 방식 역시 평범하면서도 쉽고 직설적인 서술이다. 돈을 받는다는 ‘대중 소설가’로서의 입장도 명확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삼라만상을 다 포함하는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거나 “위대한 작가가 갖춰야 할 가장 어려우면서도 필수적인 요소는 사람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위화에게 글을 쓴다는 건 인간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작업일 터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