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정치 공세를 걷어내고 이 논란의 시작으로 돌아가면 정부의 보안의식 부재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줍니다. 전후사정을 안다는 몇몇 국회 보좌관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경력이 풍부하진 않지만 너무나 열심이고 집요한’ 심 의원의 보좌관이 기획재정부가 준 디브레인 접속권한으로 전산망 속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청와대 씀씀이가 정리된 자료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정부 예산을 감시해야하는 만큼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 접근이 허용되는 디브레인은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입니다. 기재부 주장은 합법적으로 허용된 디브레인만 들어가야 하는데 심 의원실에서 그걸 넘어 재정분석시스템이라는 하이매뉴얼에 불법적으로 들어갔다는 겁니다. 심 의원실을 고발하면서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혐의를 적용한 게 그 이유입니다. 민주당도 “5~6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국가 기밀과 같은 해당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며 해킹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반면 심 의원은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보좌진이 디브레인)이곳저곳을 검색하던 중 컴퓨터 자판기의 백스페이스를 두세 번 쳤더니 문제의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엇갈리는 주장들이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의원실 보좌관이 마음대로 뚫고 들어갈 정도의 허술한 보안망에 ‘국가기밀’이라는 자료가 모아져 있다는 점입니다. 그게 해킹이라 해서 심각성이 덜한 건 아닙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공인된 정보기관이든 공인되지않은 사설기관이든 국가기밀,산업기밀을 빼내기 위해 혈안이 돼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료 입수가 합법이냐, 불법이냐는 정치 공세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언정 보안망이 뚫렸다는 본질을 가릴 순 없습니다.
최근들어 공공부문에선 각종 보안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부의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가 유출된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논란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관련 부처나 검찰의 대응을 보면 심재철 의원 건과 사뭇 다른 속도와 시각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국회 상임위 사ㆍ보임 조치가 이뤄지긴 했지만 과천시장이 유출했는지, 경기도 공무원이 유출했는지, 국토부 관계자가 유출했는지 주장이 제각각입니다. 사실관계는 여전히 가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서슬퍼런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고 있는 중이라서 허투로 넘길 일이 아닙니다. 유출된 정보가 부동산 투기세력과 연결됐다고 가정할 경우 그 행위가 불러올 파장은 오히려 심재철 의원 건보다 더 심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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