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계엄 문건이 처음 공개된 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보고서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시 생겼을 수도 있는 대규모 사회 혼란과 국가 기능 일부 마비 사태에 대응하는 비상계획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추가로 공개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기존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치안 및 국가 기능 유지 차원이었다면 신문·방송·통신사에 ‘계엄사 검열단’을 보내 사전에 보도 내용을 검열할 이유가 없다. 국회의원 검거 계획 역시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런 내용은 군 합동참모본부가 만들어 놓은 ‘계엄실무편람’과도 크게 다르다. 편람에는 일반적 계엄 절차와 발동 기준이 담겨 있다.
기무사 계엄 문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군 특별수사단은 이 문서들의 작성 경위와 의도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이제는 ‘실행 계획’이 아닌 ‘참고용 자료’라는 작성 관련자들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게 됐다. 문서들이 누구 지시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실체적 진실을 확실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방첩과 군 보안 업무를 맡은 기무사가 이처럼 부적절하고 시대착오적인 일을 벌이는 것을 용납하긴 어렵다. 국가를 보위해야 할 기무사가 더 이상 정권을 보위하는 조직으로 변질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