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찰스 스펜스 지음
윤신영 옮김, 어크로스
뉴욕타임스는 최근, 올 초 재개장한 덴마크 레스토랑 ‘뉴 노마’ 탐방 기사를 큼지막하게 실었다. 기사에 따르면 식당은 온실과 콘크리트 벙커 같은 구조물로 이뤄져 있다. 식당 간판, 메뉴판도 따로 없다. 도착하면 14년간 이 식당에서 접시를 닦다 지난해 공동소유 파트너로 ‘벼락출세’해 전 세계 미식가들을 놀라게 한 아프리카 감비아 출신 알리 송코가 반긴다. 달팽이, 개미까지 식재료에 포함된 한 끼 식사 가격은 와인 페어링(음식에 맞는 와인 제공) 비를 합치면 자그마치 541달러(약 58만원). 기사는 식당이 하나의 미학적 기획으로, 음식에 관한 기존 가치체계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평가로 끝을 맺는다.
옥스퍼드대 통합감각연구소장
“미각은 시각·청각·촉각의 총합”
뇌과학 임상실험 결과로 입증
“음식 이름·모양도 영향 미쳐”
맛있게 먹는 법 10가지 요령도
“음료는 빨대로 마시지 말아야”
상위 몇 %에게만 시식의 기회가 주어지는(일단 비행기 타고 덴마크에 가야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극단적 사례이겠으나, 글로벌 음식문화의 변하는 트렌드, 그런 현상 밑에 깔려 있는 먹는 일과 관계된 근본적인 궁금증에 답변을 시도한 책이다. 궁금증은 이런 것들이다. 우리는 어떻게 음식 맛을 지각하나. 구체적으로 어떨 때 음식이 맛있다고 느끼나. 그러니까, 왜 맛있을까.
책에는 혀를 통하지 않고도 음식이 맛있다고 느끼는 사례들이 그야말로 깨알 같이 쟁여져 있다.
그리고 그런 습성의 바탕에는 ‘통합감각’이라는 뇌과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과거 과학자들은 음식의 시각 정보는 뇌의 시각 영역에서, 청각 정보는 뇌의 청각 영역에서 별도로 처리된다고 믿었으나 개스트로피직스의 시각에서는 감각 정보의 내용을 바꾸면 음식에 대한 느낌을 바꿀 수 있다. 처리과정이 통합돼 있어서다.
저자는 책 말미에 건강하면서도 맛있게 먹는 10가지 요령을 소개했다. ‘적게 먹어라’ 같은 식상한 항목도 있다. 5번째 항목, ‘더 많은 감각을 동원하라’는 의미심장하다. 이 항목에 따르면 음료는 빨대로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음료 맛은 냄새에 크게 좌우되는데 빨대는 냄새를 원천차단한다. 식사 중 얼음물을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 혀의 맛돌기(미뢰)를 둔감하게 해 음식이 덜 맛있다.
송코의 벼락 승진 비밀도 알 것 같다. 뉴 노마는 이민자를 특별 대우하는 특별한 식당이다. 여기서 밥 먹는 것 자체가 착한 일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