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금융과 시장 사이의 부정합도 있다. 혁신의 다양한 요소들을 연결해 주는 가치 사슬의 핵심이 바로 금융이다. 금융-시장 부정합의 중심에는 신뢰가 자리한다. 신뢰가 없는 사회에서는 금융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한 규제만 늘어간다. 창업과 벤처 지원을 위한 정책 자금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해야 하며 부처별로 다양하게 분산돼 있는 창업지원사업도 재정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인수합병(M&A)에 대한 규제 역시 국내 토종 자본의 발목을 잡아왔던 대표적인 부정합 사례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사업 구조를 재편해 핵심 역량에 집중할 때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릴 수 있는 것이다.
산업 판도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 기반 창업서 태동할 것
마지막으로 정책과 시장 사이의 부정합인데, 시장에서 원하는 정책이 적시에 원하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과도한 규제나 탁상행정이 원인이기에 규제 정비와 개혁이 해법이다. 규제가 많으면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억압을 받는 것은 분명하나, 규제에는 명분과 이유 또한 있게 마련이다. 규제를 이해집단과 정치권, 관료 사이의 이해관계로만 보아서는 현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는 바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의 역사다. 도전과 자율에 바탕한 연구개발 혁신 생태계, 미래 선점형 전략, 사회적 가치 창출과 지속 가능한 포용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신뢰 중심 가치관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대정신과 새로운 질서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혁신정책 분야에서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기술 기반 창업에서 태동되리라는 기대감을 가져보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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