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급증 이후 선진국은
미국의 전통적인 금융인은 ‘검소한 존(Thrift John)’이었다. 금융 역사가인 에드워드 챈슬러는 “60~70년대 미국인들에게 대부조합(Thrift)은 가장 친근한 동네 금융회사였고 이곳 직원(John)은 절약의 상징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80년대, 일본은 90년대
금융자산 늘자 속속 새 투자 전략
가계 자산의 금융화는 중앙은행의 정책도 바꿨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80년대 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까지 끌어올렸다. 경제가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지면서 실직자가 늘고 소득이 감소했다.
이런 고통을 감내한 것은 금융자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물가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폴 볼커 전 Fed 의장은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면 고금리 처방은 불가능했다”고 회고했다.
비슷한 태도 변화는 90년대 초 뉴질랜드에서도 나타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월급보다 연금이나 금융소득에 의존하는 국민이 늘면서 경제성장 못지않게 키위(뉴질랜드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일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1990년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세계 최초로 물가안정 목표제(인플레이션 타기팅)를 채택했다. 통화량이 아닌 물가 수준(연 2%)을 정해놓고 돈줄을 쥐락펴락하는 시스템이다. 성장과 일자리(임금소득)보다 돈의 가치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제도다.
90년대 이후 금융 자유화 바람이 불면서 해외투자도 일상이 됐다. 수익률이 높은 이머징마켓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위기 전염의 글로벌화’라는 불청객을 낳았다. 94년 발생한 멕시코 금융위기가 남아메리카를 거쳐 북미와 유럽, 아시아로 퍼져나갔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불러온 기회비용인 셈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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