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폐기 후폭풍
[AFP=연합뉴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더 버지’는 14일(현지시간)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 중립성 폐기와 월트디즈니의 21세기폭스 TV·영화 부문 인수합병(M&A) 소식을 함께 보도하며 이같이 평했다. 디즈니는 524억 달러(약 57조1000억원)에 21세기폭스를 인수한다. 마이클 굿맨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디지털 담당 이사는 “디즈니의 폭스 인수는 AT&T와 타임워너 합병과 연속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망 중립성 폐기가 ‘콘텐트(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가 맞물려 돌아가는 인터넷 시장에서 양질의 콘텐트를 확보하기 위한 사활을 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실리콘밸리 IT공룡들에 일격
WSJ "네트워크 사업자에겐 큰 선물"
버라이즌·AT&T, 통신+방송 겸영 가속
인기 예능 프로 무료로 볼 가능성
언론 자유 위축, 비용 전가 우려도
망 중립성 폐기를 공식화한 파이 FCC 위원장.
버라이즌+AOL, AT&T+타임워너 짝짓기
1위 사업자 버라이즌 역시 2년 전 AOL을 인수하면서 테크크런치·엔가젯 등 AOL이 보유한 IT 미디어까지 전부 가져갔다. 국내에도 진출해 있는 진보 성향의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 역시 버라이즌이 소유하고 있다. T모바일은 아예 자사의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면 넷플릭스에서 유통하는 모든 방송·영화 콘텐트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콘텐트 기업을 직접 인수하는 대신 넷플릭스의 손을 잡은 것이다. 이 밖에도 케이블TV,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가 본업인 컴캐스트는 NBC유니버설을 소유하고 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통신업체가 언론을 소유하는 게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실제로 미국에선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신문·방송 겸영보다 더 범위가 큰 통신과 언론의 결합, 즉 통방 겸영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는 마치 ‘나비효과’처럼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12년 월 2만3000테라바이트(TB) 수준이던 국내 통신 트래픽은 올 상반기 25만 테라바이트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7.6%에 이른다. 시장조사업체 DMC미디어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가 모바일 동영상을 볼 때 가장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은 구글 유튜브(42.1%)다. 미국에서 유튜브에 대한 비용 부과나 속도 제한이 이뤄질 경우 국내 통신업체 역시 같은 요구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거대 통신사에 콘텐트 통제 권한 우려
다만 망 중립성 폐기가 중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거대 통신기업에 콘텐트를 통제하는 강력한 권한을 주는 셈이라 ‘시민들의 말할 권리(freedom of speech)’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언론자유’를 비롯한 몇몇 시민단체가 FCC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 콘텐트-네트워크 사업자들이 당장은 통신요금을 올리지 않겠지만 결국 다양한 부가요금제나 종량제 등을 통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려면 망 사업자가 붙인 광고를 먼저 보고 유튜브 광고를 또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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