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알바 송로버섯 박람회를 가다
채집견 리치가 발견한 송로버섯을 조르죠 로마뇰로가 들어보이고 있다.
흰 송로버섯.
올해 송로버섯 가격은 유럽을 강타한 가뭄 탓에 지난해보다 두 배 비싸졌다. 1kg에 대략 6000~7000유로(약 800만~900만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송로버섯 경매 현장은 각국에서 온 유명 요리사와 애호가들로 뜨거웠다. 지난 12일 알바시 그린자네 카부르(Grinzane Cavour) 성에서 열린 경매는 홍콩과 두바이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진행됐는데, 850g짜리 최고급 흰 송로버섯이 7만5000유로(약 9651만원)에 홍콩의 사업가에게 낙찰됐다.
돼지 대신 개를 훈련시켜 채집
체험단은 8명. 스페인 가족 6명과 송로버섯 채집자가 되고 싶어하는 동네 소년이 참여했다. 나탈레의 개략적인 설명에 이어 동생 조르죠가 채집견 세 마리(포인터)를 소개했다. “보통 돼지가 찾아내지 않느냐”고 묻자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이미 수 백년 전부터 돼지는 쓰지 않고 모두 사냥개를 훈련시켜 쓴다”고 했다.
개들은 숲으로 들어가자마자 땅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한 10여 분 지났을까, 한 마리가 미친 듯이 땅의 한 부분을 파기 시작했다. 다른 녀석도 합세했다. 얼마 뒤 검은 덩어리 한 개가 툭 튀어나왔다. 향기도 강하고 단단한 검은 송로버섯이었다. 조르죠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개들에게 간식을 줬다.
알바시 중심에 따로 마련된 시향 시음 라운지 입구. 사진 Luca Privitera
흰 송로버섯의 향을 맡고 있는 방문객. 사진 Davide Carletti
검은 송로버섯. 향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유리병 안에 보관한다.
참여 부스들은 대부분 직접 송로버섯을 채집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발견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제 밤에 갓 캐낸 송로버섯’이라는 푯말을 달아놓은 곳도 있었다.
흰 송로버섯은 무게와 가격을 적어 유리병 혹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대부분 10~20g 안팎이었는데, 드물게 큰 것도 보였다. 송로버섯을 첨가해 만든 살라미와 치즈, 로컬 브랜드 와인 및 말린 손수제비 국수를 파는 부스들을 방문해 공짜로 시식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송로버섯은 입이 아니라 코로 먹는 것”
- 박람회에서 심사위원이 하는 일은.
- “송로버섯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질 좋은 진품을 살 수 있도록 관리한다. 개장 2시간 전 심사위원과 버섯 판매자가 모여 상품을 평가한다. 채집자들은 매일 송로버섯을 심사위원에게 가져오고 우리는 이것을 일일이 검사한다. 즉, 지금 박람회장에서 팔리는 모든 송로버섯은 다 심사를 통과한 인증된 것들이다.”
- 평가 기준은.
- “시각·촉각·후각을 다 사용한다. 일단 시각적으로 부서진 곳이 없는 온전한 상품인지 확인한다. 부서진 부분에서는 산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빨리 썩는다. 바로 먹는다면 상관없지만 보관 기간이 짧아진다. 형태도 중요하다. 통통하고 둥글둥글하면 최적으로 썰어낼 수 있다. 촉각도 중요하다. 버섯의 구성 성분 대부분이 물이고 매일 수분이 증발하기 때문에 만졌을 때 단단하면 막 채취한 신선한 상품이고, 스펀지처럼 물렁물렁하면 오래된 것이다. 후각 평가는 경험이 필요하다. 검은 송로버섯은 심플한 숲의 향이 나는 반면 흰 송로버섯은 마늘·꿀·건초·이끼 등 여러 향이 골고루 섞여있다. 향기의 교향악이라 할까. 그래서 보고, 만지고, 냄새 맡으며 품질을 평가해야 한다.”
- 송로버섯은 재배가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 “검은 송로버섯은 균근기술을 사용해 인위적 재배가 가능하다. 나무가 자라는 땅의 환경과도 맞아야 한다. 이렇게 5~6년 가꾼 나무가 성장하면 검은 송로버섯을 만든다. 하지만 흰 송로버섯은 같은 방법을 사용해도 포자가 살아남지 못해 재배가 불가능하다. 아직까지 흰 송로버섯은 자연발생한 것을 찾아야 하는데, 난 이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흰 송로버섯은 단순히 버섯이 아니라 신비로운 사랑의 묘약이다.”
- 잘 보관하는 방법은.
- “키친타월에 잘 싸서 뚜껑 있는 유리병에 넣은 후 3~4도로 유지되는 냉장고의 아랫부분에 보관한다. 이틀마다 버섯을 싼 종이를 바꿔줘야 한다. 종이가 물기를 흡수해 눅눅해지기 때문이다.”
- 향을 느낄 수 있는 최상의 타이밍과 먹는 방법은.
- “흰 송로버섯은 입이 아니라 코로 먹어야 한다. 즉, 얇게 갈아 접시에 뿌리는 순간이 향을 가장 잘 맡을 수 있는 때다. 검은 송로버섯은 요리해도 되지만 흰 송로버섯은 절대 열을 가해 요리하면 안 된다. 송로버섯은 리조또나 반숙 달걀 등 따뜻한 음식 위에 얇게 썰어 뿌려 먹는다. 온기가 향을 더 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올리브 오일과 함께 먹어도 금상첨화다. 한 사람당 10g 정도만 뿌리면 충분히 향을 만끽할 수 있다. 혼자 먹지 말고, 꼭 사랑하는 사람들과 와인과 음악을 곁들여 먹어라.” ●
카사 델 트리플라우 사이트 http://www.lacasadeltrifulau.it/Visita/Visita_eng.htm
송로버섯 박람회 공식사이트 http://www.fieradeltartufo.org/2017/en
알바(이탈리아)= 글·사진 김성희 중앙SUNDAY S매거진 유럽통신원 sungheegioiell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