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상식에서 앙꼬는 “한국에서 혼자만 이상하게 살고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이런 게 만화인 것 같습니다”라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담담히 옮겨낸다. 데뷔작인 웹툰 ‘앙꼬의 그림일기’(2003년)가 그랬다. 2012년 국내 출간한 『나쁜 친구』도 작가의 가출 경험이 소재가 됐다. 30대 한국 작가의 평범하지 않은 학창 시절을 담아 그려낸 만화가 국제무대에서 호평받은 까닭은 뭘까.
앙굴렘국제만화축제서 한국 만화 첫 수상한 작가 앙꼬
이 만화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됐고, 파리국제도서전에 공식 초청됐다. 또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뤼셀만화박물관에서 공식 전시를 개최하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나쁜 친구』에는 두 친구가 나온다. 중학교 3학년생 진주와 정애다. 성장해 만화가가 된 진주의 친구가 정애다. 중학생 시절 둘은 친했다. 진주는 아빠에게 많이 맞았고(가출 등을 이유로), 정애의 아빠는 한물간 건달이었다. 둘은 함께 가출해 여관에 머물며 단란주점에서 일하길 시도한다. 둘은 집 밖, 학교 밖 세상을 즐긴다. 문제아가 된 열여섯 소녀들의 일탈이 거침없이, 덤덤하게 그려진다.
진주와 정애의 친구 무리 중 누구의 아빠는 돌아가시고, 누구의 아빠 여자친구는 딸과 12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진주는 ”그곳에선 아무도 특별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쁜 친구』에는 TV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내가 네 어미다" 같은 극적인 막장 이야기는 없다. 오랜만에 집에 온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말리다 눈이 터져 등교한 정애가 ”아… 이놈의 인생 지겹다“고 말할 뿐이다. 무심한 듯 이야기는 흘러가지만 장면마다 인물의 표정이 살아 있다. 나쁜 친구와의 이별도 평범한 듯 생생하다.
작가는 1일 오후 귀국했지만 출판사 측에서 마중나오는 것조차 말렸다고 한다. 그간 ‘열아홉’ ‘앙꼬의 그림일기 1ㆍ2’ ‘나쁜 친구’ ‘삼십살’ 등 책을 출간했지만 인터뷰에 응한 적은 거의 없다. 만화 말미에 추천사를 남긴 만화가 이희재는 ”앙꼬는 용케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스스로 몰입했으며, 그 상태를 자신의 일상으로 만들어 그것을 생활의 기쁨으로 누리며 동시에 최상의 결과로 발현시켰다“고 말했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만화의 끝무렵에 나온다. 성장한 진주의 입을 통해서다. ”난 그 댓가들을 겪으며 조금씩 세상을 배웠다. 세상은 어떤 곳인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잘못된 것부터 알아갔지만 남들보다 일찍 알게 된 것뿐이라고 그래서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