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는 해외에서 사망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을 조사·발굴한 뒤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 안치해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 땅 곳곳에는 수많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잠들어 있지만 한국 정부는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강제동원의 주체인 일본 정부만이 비밀을 알고 있으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러시아 사할린에서는 1만768위(位)를 확인해 32위가 이미 봉환됐다. 시베리아에 억류됐던 한국인 포로 명부 6134명도 확인됐다. 중국 하이난(海南)섬에서도 1000위의 유골을 조사했으며 중국 정부와 봉환을 협의 중이다.
박인환 국무총리 소속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장
실제로 일본에 있는 피해자 유골 봉환은 정치 바람을 많이 탄다. 일본은 2008년 1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일본 사찰에 보관돼온 한국인 군인과 군무원 유골 423위의 국내 봉환에 협조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가 2012년 12월 출범하면서 한·일 과거사 갈등이 심해지자 유골 봉환 사업과 강제동원 위령탑 건립 사업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인 노무자 2745위의 유골을 일본에서 발굴해 1차로 19위의 한국 봉환을 추진했으나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일본 측이 중단시켰다.
강제동원 위령탑 건설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 육군이 홋카이도(北海道) 사루후쓰 촌에 건설한 아사지노 비행장 공사장에 한국인 118명이 강제동원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고, 이들 중 39명의 유골이 2005년부터 5년간 발굴됐다. 현지의 시민단체인 홋카이도포럼(대표 채홍철)은 추도비 건립 사업을 2013년 10월 사루후쓰 촌과 합의해 그해에 추도비를 만들었다. 그러나 건립 행사를 불과 나흘 앞두고 촌 측에서 절차 미비와 비문 내용 문제를 제기해 제막식이 무산됐다.
박 위원장은 “한글과 일본어로 ‘강제동원’을 명시한 추도비가 지금은 어딘가에 방치돼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위원회와 홋카이도포럼은 지난 6월 사루후쓰 촌 측에 추도비 설치를 다시 건의한 상태다.
한편 박 위원장은 “강제동원 조사 결과를 담은 34만 건의 기록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을 추진하겠다”며 “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 국제사회에 알려져 일본의 사실 인정과 사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