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중앙일보

입력 2016.09.0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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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이라는 말에는 반전의 쾌감이 있습니다. 도로에서 차가 반대방향으로 운행한다면?큰일날 노릇이겠지만,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힘찬 몸짓에서는 어떤 숭고함마저 느껴지지요.


최근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는 노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 보려해’가 그렇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출신의 가수 한동근(23)이 꼭 2년 전 발표한 데뷔곡인데, 뒤늦게 초절정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죠. 무언가 히트하는데에는 오만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이번 경우의 원인은 ‘절실함에 대한?공감’인 듯합니다. 지난달 MBC ‘듀엣가요제’에서 김필이 부르다 만 ‘걱정말아요, 그대’의 후렴구를 느닷없이 이어 부르는 돌발상황을?만들어 냈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방송 녹화 중간에 방청객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기도?했다는 얘기도 퍼졌죠. 그 진정성 있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고 급기야 옛 노래까지 소환하게 된 것입니다. 본인은 “정말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한 일”이라고 합니다만, 그 마음이 듣는 사람들에게 전달됐다는?것이 중요하겠죠.


들어보니, 아이돌 그룹들의 현란한 노래와는?또 다른 느낌에, 깊이 있는 목소리로 휑해진?가슴을 파고드는 가사도 나쁘지 않네요. “…?너에게 묻고 싶어 너만 괜찮다면 / 난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 내 한 권의 사랑 마지막 장면엔 / 니가 있어야 해 그래야 말이 되니까.”


바람부는 가을엔, 역시 발라드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