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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밀라노 엑스포(5월 1일~10월 31일)의 주제는 ‘지구 식량공급, 생명의 에너지’. 행사장은 전 세계 음식 문화를 한자리에서 느끼고 맛볼 수 있는 거대한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했다. 30억 유로(약 4조3700억 원)라는 거액을 투자한 밀라노 엑스포는 7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 2000만 명이 넘는 방문객 유치를 통해 총 440억 유로(약 55조 원)의 경제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 주간’에 찾은 2015 밀라노 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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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0시 밀라노 엑스포센터.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고운 옥색 두루마기를 입고 등장했다. “균형과 조화, 저장과 발효라는 한국의 음식 문화는 인류 미래 먹거리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개막식 후 장구춤 공연에 이어 사물놀이패의 인도로 이탈리아 환경부 차관, 엑스포 위원장을 비롯한 VIP들이 한국관을 찾았다.
한국관은 면적 규모로 외국 국가관 중 9번째로 크다. 달 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흰 고래 같은 곡선미를 뽐내는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김석철 위원장의 아키반 건축도시연구원이 설계하고 포스코 엔지니어링이 시공했다. 지난 두 달간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놓쳐서는 안 될 10개의 국가관’에 꼽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두 딸이 따로 방문했을 정도다.
‘음식은 곧 생명(You are what you eat)’, 즉 ‘사람은 먹는 것의 결집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한국관은 선사시대 조상들이 식량 확보를 염원하며 새긴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본뜬 조형물로 관람객을 맞았다. 관람 여정은 “어떤 음식을 즐겨 드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흰색 벽은 관람객들이 적어놓은 각국 음식 이름들로 점점 까맣게 변하고 있었다.
한국관은 국제적 식량문제를 ‘한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하며 최첨단 기술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자 했다. 음식의 조화는 균형된 섭취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스크린 쇼가 하이라이트. 로봇 팔에 부착돼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두 대의 대형 스크린이 춤추듯 움직이며 균형잡힌 식사의 중요성을 알렸다. 옹기 안에서 발효되는 음식의 장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초대형 옹기 안의 스크린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 마지막은 원형의 식물 벽. 채식 위주의 한식 문화가 지구촌 미래의 대안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공간이다. 아래층에는 경제기적을 일으킨 새마을 운동 사진과 다양한 상차림의 소반을 통해 좀 더 직접적으로 한국을 느끼도록 했다. 비비고가 운영하는 한식당에서는 맛깔스럽게 만든 밥상이 예상보다 두 배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흐뭇한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혼례 음식 명인 원정필씨가 예쁘게 만들어 칠기에 담은 한과도 좋은 눈요깃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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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개 국가관을 며칠 사이에 둘러보기는 어려웠다. 입장에만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도 적지 않았다. 주최측과 여론조사가 추천하는 곳을 먼저 찾아갔다. 국가관을 방문할 때마다 비자 도장을 받을 수 있는 엑스포 여권은 훌륭한 기념품이 됐다.
나뭇가지가 얽힌 듯한 형태의 이탈리아관은 로마 네메시 앤 파트너스(Nemesi & Partners)의 작품이다. 특허소재(바이오다이내믹)를 이용한 공기정화 기능이 돋보였다. 전시를 기획한 마르코 발리치(인터뷰 기사 참조)는 “이탈리아가 없는 유럽을 상상해보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맹인 연구소와 함께 만든 암흑 공간에서는 시각이 아닌 촉각과 후각으로만 장을 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또 이탈리아를 구성하는 22개 주의 생물다양성을 유네스코 문화재인 파도바 식물원의 협조를 얻어 최첨단 기술로 설명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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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접히는 하드보드지를 아이패드처럼 사용해 정보를 얻게 한 독일관은 아이부터 장년층까지 함께 즐기며 배울 수 있게 한 덕분에 ‘가장 배울 것이 많은 국가관’으로 선정됐다. 주제를 물·땅·공기로 나눠 첨단기술을 이용해 재미와 교육적 효과를 다 느끼도록 효율적으로 구성했다. 2층에는 실내에서 재배 가능한 방법으로 야채를 심어놓았다. 천정에 두 개의 거대한 조명등(벌을 상징)이 움직이는 원형 극장에서 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극장 쇼로 투어가 끝났다.
스위스관은 이번 엑스포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내가 많이 가질수록 남이 갖는 것이 적어진다는 것이 컨셉트다. 엑스포가 시작될 때 네 개의 건물에 가득했던 사과·커피·소금·물이 방문객들이 하나 둘씩 집어간 때문에 벌써 3분의 1이 줄었다. 빈 상자는 다시 채워지지 않고 내용물이 줄 때마다 엘리베이터처럼 제작된 층이 밑으로 내려간다. 엑스포가 끝나기 전에 스위스 층은 바닥에 닿을지도 모른다.
오스트리아는 ‘공기’라는 음식을 갖고 참여했다. 560㎡의 공간을 알프스 산의 나무로 채웠는데 이곳에서 공급되는 산소량만 62.5kg. 1800명에게 필요한 산소다. 실제로 이곳의 온도는 외부보다 약 2도 정도 낮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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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엑스포의 절대승자는 상징물인 ‘생명의 나무’다. 이탈리아관 바로 옆에 위치한 생명의 나무는 매 시간마다 15분간 음악에 맞춰 분수와 총천연색 조명, 레이저빔의 옷을 입고 변신하며 춤을 추었다. 특히 일몰 후의 쇼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근사한 풍경을 연출해냈다. ●
밀라노 글·사진 김성희 중앙SUNDAY 유럽 통신원 sungheegioielli@gmail.com, 사진 밀라노 엑스포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