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에서 가장 화제를 뿌리는 인물 중 한 명이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독고다이’ 로 불렸던 그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줄서기, 계파 정치를 부정해온 홍 시장이 4·10 총선 이후 ‘윤석열 방패’와 ‘한동훈 저격수’를 자처하며 친윤(윤석열)으로 거듭나면서다.
물론 본인은 '친윤이 됐다'는 평가를 부인한다. 22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잡새들이 친윤 운운하지만, 계파 구도에 넣는 것은 참으로 모욕적”이라며 “나는 친윤이 아니어도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 대통령을 흔드는 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시장은 총선 직후 “선거 참패 뒤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면 정권 대혼란만 초래한다”며 윤 대통령 책임론에 줄곧 선을 그어왔다. 16일 윤 대통령과 4시간 만찬 회동을 하기도 한 그는 대신 “철부지 초년생이 셀카나 찍으면서 대권 놀이했다”, “주군에게 대들다 폐세자가 됐다”며 공개적으로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따졌다.
이런 홍 시장을 향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을 갈라치기 하려는 비열한 흐름"(김영우 전 의원), “갈등에 기름을 붓는다”(김병민 전 최고위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간질로 분열을 만드는 트러블메이커”(초선 의원)라는 당내 박한 평가에도 홍 시장은 왜 ‘친윤·반한(한동훈)’으로 보이는 길을 가는 걸까.
①대통령의 지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전 총재와는 반대되는 사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2007년 대선 경선 라이벌이었다. 2008년 ‘친박(박근혜) 학살 공천’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했지만 MB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2010년 8월, 단독 회동으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MB는 박 전 대통령이 이끈 2012년 총선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은 MB 탈당론을 일축하며 정부 비판을 자제했다. 홍 시장의 행보는 대선가도에서 윤 대통령을 우군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②친윤 주류의 지지
여권 관계자는 “당심(黨心)이 적어도 한 전 위원장에게 확 쏠리지만 않으면 대선 경선에서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③유력 주자 초전박살
한 전 위원장의 당권 장악은 홍 시장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 선출되면 당원들의 재신임을 받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당심이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한 전 위원장에게 쏠릴 경우 홍 시장은 3년 전 대선 경선과 같은 구도에 놓이게 된다. 홍 시장 측은 “당내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은 부담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한 전 위원장의 책임을 묻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