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 각 수사 분야별 내로라하는 실적을 쌓은 검사들은 한층 분주해진다. 성범죄·금융·조세 등 47개 분야에서 검찰을 대표할 만한 ‘전문검사(벨트 검사)’를 선발하는 대검찰청 공인전문검사 인증 심사위원회에 지원서를 내기 위해서다.
인증 심사엔 수사 성과는 물론 근무 경력, 관련 학위와 논문 등을 집대성한 자료를 제출해도 지원자 4명 중 3명은 탈락한다. 수차례 고배를 마신 ‘N수생’을 포함해 매년 100명 안팎의 검사들이 “대기업 회장을 구속시켰다” “언론이 대서특필했다”며 빼곡한 공적 조서를 제출하지만 최종 인증을 받는 건 20여명뿐이다.
연말마다 ‘벨트 경쟁’…성공 안착한 벨트제도
실제 1(블랙)·2급(블루) 벨트를 따면 해당 분야 사건을 주로 맡는 중점검찰청이나 부서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마약 분야 벨트 검사는 강력범죄수사부에, 성범죄 분야 벨트 검사는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배치돼 전문성에 더해 수사 노하우를 쌓을 기회를 얻는 식이다.
대검 예규상 벨트 검사는 2년 이상 재직했다면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론 10년 정도의 전문 경력과 실적을 쌓아야 합격권에 든다. 이렇게 블루벨트(2급)를 따면 자타공인 수사의 대가(大家)라는 블랙벨트(1급)에 도전할 기회를 얻는다. 블랙벨트를 취득한 검사는 지난 10년간 8명뿐이다.
최고 인기 분야는 성범죄·금융…“사건 수임 유리”
물론 “법무법제·공판·기획 등 사건 수임과 무관한 분야에서 검사로서 전문성을 쌓은 경우도 많다(수도권 검사장)”고 한다. 퇴임 이후 변호사 개업(밥그릇)만 생각하지 않고 검찰 조직의 역량과 경쟁력을 끌어올린 순기능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과거 비교적 등한시되던 형사 분야에서 다양한 전문성이 축적됐다는 면도 있다. 대검 관계자는 “벨트 제도는 숱한 민생 사건을 처리하는데도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형사부 검사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신흥 전관’ 된 벨트…퇴직 벨트 40%가 10대 로펌행
이 때문에 선·후배 벨트 검사가 한 사건에서 검사 대 변호사로 마주치는 경우도 있다. 대마 흡연·수수·매매 혐의로 지난해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고려제강 창업주 손자 홍모(40)씨 사건에서 기소 검사는 2021년, 변호에 나선 대형 로펌 변호사는 2015년 각각 마약 블루벨트를 땄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전문검사가 양성될수록 전문변호사도 같이 느는 격”이라며 “앞으로 이런 창과 방패의 싸움이 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벨트검사의 두 얼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2825
②[단독] 세금 쏟은 '벨트검사'…퇴직자 40%는 10대 로펌 갔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2813
③[단독] 기업 수사한 '벨트검사'가 분식회계 변호…"일정기간 막아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3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