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2분기 19%→4분기 26%…지방 ‘깡통전세’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2024.02.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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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최근 아파트 매매 가격은 하락하고 전셋값은 상승하는 추세가 지속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 전세’ 위험이 큰 아파트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토대로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분석한 결과, 전셋값이 매매 가격의 80%를 넘는 거래가 전국적으로 작년 2분기 19.4%에서 4분기 25.9%로 6.5%포인트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에선 통상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 이상이면 집을 처분해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깡통 전세’로 분류한다. 
 
올해 1월 들어선 전세가율 80% 이상 거래가 25.4%로 다소 내려오긴 했으나 매매보다 전세 수요가 높은 상황이 지속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방은 부동산 침체기에 집값 하락 폭이 큰 터라 ‘깡통 전세’ 우려가 크다. 지방은 전세가율 80% 이상 거래가 작년 4분기 36.4%에서 올해 1월엔 39.2%로 급등했다. 지역별로 보면 전북이 57.3%에 달하고, 충북 55.3%, 경북 54.2% 등도 절반이 넘는다. 이어 경남(48.1%), 전남(46.9%), 강원(44.0%), 충남(42.5%) 등의 순이었다. 

신재민 기자

 
지방에선 매매가보다 전세가 비싼 사례도 나온다. 전북 전주시 인후동1가 부영 2차 아파트는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말 1억500만원(2층)에 거래됐다. 하지만 3주 전엔 같은 면적이 1억2000만원(8층)에 전세 계약이 됐다. 벌써 역전세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연식이 된 아파트라 리모델링 된 전세가 구식 매맷값보다 높은 경우일 것”이라며 “2년 전 부동산 고점일 때 비하면 집값이 많이 떨어져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많이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매맷값 하락세가 지속돼 전세가보다 내려가면 세입자는 1~2년 뒤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거나 떼일 수도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매와 전세 간 가격 차가 좁아지면 통상 갭투자나 깡통 전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지방은 주택시장이 위축돼 있어 갭투자보다는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산업단지 배후 주거지로 인기가 높았던 충북 청주의 오창롯데캐슬더하이스트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집값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2021년 말 매매가 3억7000~8000만원에 전세가는 2억8000~9000만원에 형성됐는데, 지금은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2000만~3000만원에 불과하다. 
 
실제 부동산R114가 같은 아파트 동일 면적에서 매매·전세 계약이 모두 1건 이상 체결된 사례를 찾아 매매가와 전세가 간 평균 거래가격 격차를 확인한 결과, 경북은 427만원에 불과했고 전북(922만원), 충북(1541만원)순이었다.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 격차가 가장 큰 곳은 4억6592만원을 기록한 서울이었다. 이어 세종(2억3866만원), 부산(1억3645만원), 경기(1억3081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전세가율 80% 이상인 거래 비중도 서울(5.1%), 세종(7.5%), 제주(12.9%), 경기(19.0%) 순으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수도권은 깡통 전세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54% 수준(16일 기준)이다. 

신재민 기자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통상 아파트는 빌라 등 비(非)아파트에 비해 매매 가격이 전세가보다 많이 비싸 깡통 전세 위험이 낮지만, 최근 들어 지방 위주로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의 80% 이상인 거래 비중이 늘고 있어 전세 임차인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전세가율이 80% 이상으로 높으면 전세금보증보험 가입이 제한되거나,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전세 계약을 맺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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