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외면은 경제난을 부채질했고, 이로 인해 최근 수년 동안 막대한 인구 유출은 쿠바 공산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회주의 형제국 북한과의 ‘의리’보다는 잠재력이 큰 경제 파트너인 한국과의 ‘실리’를 택한 셈이다.
지난해 9월 KOTR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쿠바 중앙은행은 2021년 이후 해마다 40%를 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 연구기관들은 실제 인플레이션 수치는 공식 발표의 10배까지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쿠바 공산당은 심각한 경제 침체 속에 페소화 가치가 하락하자 현금 사용 제한 조치, 달러와 유로화의 병용 인정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주된 외화 수입원이던 관광산업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기본 생필품 수급조차 되지 않고, 의료품 부족과 전력난도 심각한 수준이다. 쿠바 국민은 월급으로 생계유지가 안 돼 해외 가족의 송금에 의존했고, 급기야 반정부 소요마저 일어났다.
인구 유출도 급증해 1965~73년 쿠바 이민자를 미국으로 실어 나르던 이른바 ‘프리덤 플라이트(Freedom Flight)’ 시기를 능가할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가족 단위의 이민이 주를 이뤘던 당시와 달리 젊은 고학력자들의 탈출이 70% 이상이라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훨씬 컸다. 2022년 인구의 3%가 해외로 떠났다는 통계도 나왔다.
외교가에서는 강력한 한·미 동맹도 쿠바의 결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쿠바 입장에선 결국 미국의 제재가 풀려야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데 향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협상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수교를 결단한 배경에는 혁명 세대의 퇴장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쿠바는 카스트로 형제가 퇴장한 후 혁명 이후 세대인 1960년생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주석 겸 공산당 제1서기가 이끌고 있다.
최근 쿠바 내 한류 영향도 한국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 한국과 수교하는 데 대해 국민적 반감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여기에는 한국 드라마와 K팝 등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