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은 전날 네덜란드에서 치러진 총선 결과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이 150석 중 37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자 네덜란드 무슬림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무슬림은 네덜란드 인구 1800만여 명 중 5%를 차지한다.
당 선언문에 '반이슬람' 가치 명기
특히 당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60)는 그간 이슬람을 “지체된 문화” “후진적 종교”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네덜란드의 탈(脫) 이슬람화’를 주장해왔다.
앞서 지난 2016년 총선 때, 빌더르스 대표는 선거 유세 중 “모로코인은 인간 쓰레기”, “무슬림 추방” 등을 외쳐 차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8년엔 이슬람 혐오와 무슬림 증오를 조장하는 단편영화 ‘피트나’를 제작 발표해 이슬람권의 비난을 받았다.
빌더르스 대표는 이번 총선 당일인 22일, PVV당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지지자들 앞에 나서 “헌법 가치 내에서, 우리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에게 반환될 것이며, 망명 쓰나미와 이주는 억제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슬림 권리 빼앗고 싶어해…공포스럽다"
네덜란드 내 모로코인을 대표하는 단체를 이끄는 하비브 엘 카두리는 “고통과 두려움이 엄습한다”면서 “빌더르스는 우리를 이류 시민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가 이토록 많은 지지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이며, 이 나라에서 무슬림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정당 덴크(DENK)의 대표인 스테판 판바를러는 PVV의 승리에 대해 축하 메시지를 거부했다. 그는 “빌더르스는 무슬림의 권리를 빼앗고 싶어하며, 이번 선거 결과는 법치 국가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PVV의 승리가 가져올 위협과 차별에 맞서 더욱 더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빌더르스는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되겠다”며 총리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네덜란드에서 제1당이 총리를 맡지 않은 경우는 1982년 이후 연정이 마지막으로, 통상 제1당에서 총리를 배출했다.
하지만 그가 소속된 PVV는 2017년 창당 이래 한번도 연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PVV의 극우 이념에 반대한 다른 정당들이 손잡기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