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현대차, 그리고 두 그룹이 주고 받은 스타트업들은 인적 관계로 뒤얽혀 있다. 스파크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동서 박성빈 전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매출의 100%가 현대오토에버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곳으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67.96%의 주식을 갖고 있으며 정 회장도 7.33%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현대차가 사들인 에어플러그의 사외이사도 역임했다.
이날 압수수색을 당한 현대오토에버의 서정진 대표는 2010년 KT의 클라우드 업무를 총괄하기도 했던 인사다. 서 대표는 2018년 3월 현대차의 정보기술본부장으로 변신한 뒤 현대차그룹의 정보통신(ICT)분야를 이끌어왔다. 서 대표는 윤경림 전 KT 사장을 포함해 KT와 현대차 양쪽 관계자들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지난 8월 스파크의 기업 가치를 평가한 회계법인 압수수색과 KT 관련자 수사를 통해 KT클라우드의 스파크의 매입 가격이 ‘부풀려졌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정황도 파악했다. 구 전 대표와 윤 전 사장이 이 회사를 정상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들여 KT클라우드 손해일 끼쳤다는 게 검찰의 의심이다.
검찰은 스파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KT그룹이 현대오토에버와 서정식 대표 측과 스파크 일감과 거래 관계에 대해 논의한 정황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스파크는 2020년 60억4400만원, 2021년 69억88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스파크가 현대차 관계사라는 배경이 현대오토에버의 일감을 수주하는 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스파크 인수 후에도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가 스파크 가치 평가의 중요한 잣대였다. 검찰은 지난 8월에는 스파크를, 지난 10월 박성빈 대표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마쳤다.
다만 검찰은 아직 현대차의 에어플러그 매입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혐의점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가 2015년부터 에어플러그와 기술 용역을 체결했으며, 회계법인의 자문을 거쳐 2019,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지분을 확보했다. 에어플러그는 2020년 매출액 60억 4367만원, 영업이익 1억 5566만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KT의 스파크 보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에어플러그 매입 과정에 대한 추가 증거가 나올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순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스파크 인수와 관련한 배임 혐의에 대한 증거 보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