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마약 특활비 삭감'에 한동훈 "세금 갑질…국민 같잖게 생각"

중앙일보

입력 2023.11.09 16:15

수정 2023.11.0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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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마약 수사 특수활동비 삭감 추진에 대해 “마약을 할까 말까 깔딱고개에 있는 사람들이 그 깔딱고개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문재인 정부가 마약 수사 환경을 너무 약화시킨 것이 마약범죄 증가의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지난 시기에 마약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약간 의심되는 그런 사인을 준 적이 있다. 그게 문제였다고 본다”고 답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한 장관은 “마약이라는 건 새로 유입되는 사람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가 걸려서 정말 신세 조지겠구나’라는 위험을 느끼거나 ‘정부가 정말 이거 때려잡겠구나’하는 생각이 강한 사람들은 이쪽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거 봐라, 정부가 이 정도로 느슨하네?’ 이런 부분들이 사람 한 명을 덜 잡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연성으로 돌아서는 것이라는 식의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고, (지난 정부서) 그런 면이 컸다고 본다”며 “저희가 경찰과 함께 ‘정부가 최우선 순위로 마약을 확실히 때려잡겠다’라는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예산 단계에서 마약 예산을 깎겠다고 하면 그 메시지는 다시 옛날의 메시지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장관은 특히 “(마약 수사 특활비가)대한민국 전체로 1년에 2억7500만원이다. 2700억원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이 부분을 깎는 메시지가 나오게 되면 ‘대한민국은 마약을 막기 위해서 그 정도 돈도 안 쓰는 나라’라는 메시지를 잠재적 마약 중독자에게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한 장관과 민주당은 예결위 회의장 밖에서도 마약 수사 특활비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제가 그동안 한 장관에 대해서 이런저런 반응을 안 했는데, 하도 말이 같잖아서 이건 한번 얘기하겠다”라고 한 게 발단이 됐다. 홍 원내대표는 “(한 장관이) 2억7000만원인 마약 수사비를 없앴다고 하는데 그러면 마약 수사비를 10억원쯤 해주면 마약을 근절시킬 수 있나”라며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하나. 마약 수사비가 필요하면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소명하면 그 예산을 더 올려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서 기자들을 만나 “10억원 주면 마약을 막을 수 있냐고 했던데, 그게 국민 세금이지 홍 원내대표 개인 돈은 아니지 않나”라며 “같잖다는 말도 했던데 마약 막는 세금으로 갑질하는 것에 대해서 주권자 국민께서 정말 같잖게 생각하실 거 같다”고 받아쳤다.
 
한편 이날 예결위서 민주당은 내년도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정부를 향해 공세를 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지난 3월 제 1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을 세울 땐 R&D 예산으로 정부 총지출의 5%를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9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다시 제출하면서는 정부 총지출 대비 3.9%를 반영했다”며 “이 R&D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 속에서 법령과 지침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정부가 구체적으로 ▶과학기술기본법상 R&D예산 편성 절차 ▶국가연구개발혁신법상 교육 예산 지수 적용 규칙 ▶기획재정부 예산편성 지침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을 향해 “R&D 예산 편성과 제출 과정 속에서 이 부분 법령·지침 위반에 대해서 감사달라”고 요청했고, 최재해 감사원장은 “일단 한번 내용을 파악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