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한 뒤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편입 대상은 김포를 우선적으로 보지만, 구리·광명·하남시를 비롯한 나머지 도시는 지역민의 요구가 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입 대상으로 검토한 김포·구리·광명·하남은 물론 경기도의 나머지 도시도 주민 동의만 얻으면 일사천리로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여당이 ‘의원명의 당론입법’을 선택한 것 역시 절차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국회에서 의원명의로 발의되면 정부발의와 달리 야당 지자체장의 동의 절차를 건너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서울시·경기도 관할구역 변경 법안’을 당론 발의한 뒤 국회 법안 처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권 인사는 “국회 논의에 불이 붙으면 야당도 한사코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왜 총선을 앞두고 이런 카드를 전격적으로 내밀었을까.
①수도권 500만표 흔든다
이를 내년 총선 지역구로 환산할 경우 수도권 최대 21석에 영향을 줄 거라는 게 여권 계산이다. 부천·고양(각 4석), 남양주(3석), 김포·광명·의정부(각 2석), 구리·과천(각 1석) 등 19석에 현재 1석이지만 인구 증가로 내년 총선에서 2석으로 분구되는 하남까지 포함한 숫자다. 정의당이 1석을 가진 고양을 빼고는 현재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다.
국민의힘 경기도당 인사는 “이 지역은 서울에 살다가 집값 때문에 밀려난 3040이 많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며 “하지만 서울 편입 공약이 나온 이후 국민의힘에 관심 갖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어 표심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 121석 전체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셈법인 것이다.
②“칼자루 쥐었다”…이슈 주도권 노렸다
실제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메트로폴리탄 서울’ 공약에 대한 찬성 여론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김포보다는 고양 덕양구가 서울 생활권이라 편입 최적지”라거나 “서울 출·퇴근자가 많은 광명도 하는 김에 편입해줬으면 한다”는 등의 글이 다수 올라오면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거를 앞두고 지역민들의 여러 가지 요구에 응답하는 게 정당의 의무인 만큼 (서울 편입에 대해) 민주당도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원한 지도부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행정구역 변경은 행정비용 일부만 들기 때문에 수조 원의 사업비가 드는 행정수도 이전 같은 이슈와는 다르다. 야당도 비판할 거리가 없어 난감할 것”이라며 “편입 도시가 하나하나 정해지는 과정에서 여당에 대한 주목도가 확 커질 것이어서 ‘국민의힘이 칼자루를 쥔 격’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③험지 출마론의 공세적 대응
당 일각에서는 서울 편입 도시의 민심이 여권에 호의적으로 바뀌는 소위 ‘밭갈이’가 진행되면 적절한 영남권 중진을 후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중진이 나섰을 때 해볼 만한 지역이고 주민 요구도 있다면 검토될 수도 있는 카드”라고 했다.
다만 서울권의 중심으로 신중론도 나온다. 호의적인 경기도 민심과 달리, 서울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어서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도봉구를 비롯한 서울 외곽은 서울로서 받는 혜택을 못 받아왔다. 그러니 서울부터 챙겨야 한다”며 “김포·구리·광명·하남의 서울 편입은 설익은 총선 승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