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경계, 35개 대대 배치"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인 30만명의 예비군을 소집하고, 국민에겐 방공호에서 약 3일 동안 머물라고 권고했다. 하마스를 섬멸하기 위한 공격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밤 TV 연설에서 "하마스는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IS)"라며 "우리는 현대 세계가 ISIS를 이긴 것처럼 하마스를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하마스를 이제 막 공격하기 시작했을 뿐"이라며 "앞으로 우리가 할 행동은 적들에게 몇 세대에 걸쳐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가자지구 들어가야 한다"
당시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가자지구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은 (하마스와) 협상할 수 없다"며 "중동에서 약점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무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지상군 투입을 하지 말라고 설득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1980년대 설립된 하마스를 적으로 간주하면서도 중개인을 통해 지도부와 접촉해왔다. 지난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몰아내고 실권을 장악한 이후엔 실질적인 지역 통치자로 존재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은 이제 가자지구뿐만 아니라 카타르 등 중동의 다른 곳에 있는 하마스 조직원도 표적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9일 오후 이스라엘 남부 지역 당국자들에게 "하마스는 가혹하고 끔찍한 일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하마스와 전쟁을 통해) 중동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나흘째 계속됐다. IDF는 지난 9일 하룻밤 새 하마스가 사용하는 고층 빌딩과 무기 보관소인 이슬람 사원 등 가자지구 내 200곳 이상의 시설을 로켓 등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공습 시 인질 1명씩 살해"
앞서 하마스는 기습 공격 과정에서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해 수백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100명 이상을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 중에는 독일·태국·러시아 등 외국인들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카타르가 인질 석방 교섭을 중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큰 진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허를 찌른 대규모 기습 타격에 한껏 고무돼 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주재하는 하마스 고위 간부 알리 바라케는 AP에 "우리는 약간의 성과를 얻고 인질을 데려와 수감자를 교환할 계획이었는데, 이 엄청난 붕괴에 놀랐다"며 "이 군대(이스라엘군)는 종이호랑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보유한 4만 병력 중 2000명 정도만 동원한 "소규모 작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입장 발표는 이스라엘의 사기를 꺾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풀이됐다.
서방, 팔레스타인 지원 중단
미 정부 주도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는 것을 경계했다.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양호한 삶을 누릴 적법한 권리, 희망과 포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성취할 권리를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이날까지 이스라엘에선 최소 1000명, 가자지구에선 83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자와드 아부 샴말라와 자카리아 아부 마마르 등 하마스 고위 관리 2명이 숨졌다. 현재까지 양쪽의 부상자는 7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 전기와 식량 등을 끊어 세종시 보다 조금 작은 360여㎢의 가자지구를 완벽히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유엔은 주민 약 237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봉쇄 방침에 대해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18만7500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집을 떠났다. 그중 일부는 긴급대피소로 꾸려진 80여개 학교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