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를 여행하다가 전남 화순군 동복면에서 한천 농악을 이끌어 온 상쇠 할아버지의 초상과 맞닥뜨렸다. 그저 지나던 나그네였지만, 찾아 들어가 예를 표하고 하룻밤을 머물며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장례식을 지켜보았다. 30년 전만 해도 이미 대단한 유학자가 돌아가시는 경우가 아니면 좀처럼 전통 장례식을 보기가 어렵던 때였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팔십 평생 농사짓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꽹과리를 치며 농악대를 이끌던 노인의 평범한 죽음인지라 내가 어렸을 적에 보았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민간 풍습 그대로였다. 초상집에서 동네 아주머니들은 종일 부엌과 뒷마당에서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조문객들이 계속 들락거렸고 밤이 이슥해지자 내일의 상여 행렬을 주도할 상여꾼들이 빈 상여를 메고 마당을 돌며 상여놀이를 벌였다. 더러는 눈물을 훔치고 한쪽에선 과장되고 떠들썩한 너스레로 슬픔을 감췄다.
한 사람이 귀한 생명을 받고 태어나 한평생 살다가 떠날 때 이 정도의 예우는 받아야 하지 않을까. 일가친척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고인이 탄 상여 행렬을 배웅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든 생각이다. 모두가 마음을 모아 진실로 고인을 애도하며 정성스럽게 이별하는 방식은 꽃가마 타고 시집오는 혼례길보다 더 눈물겹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구름과 하얀 상복과 하얀 꽃상여가 하늘로 가는 길을 하얗게 밝혀주는 것 같았다.
김녕만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