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카우트는 서울에서, 미국 대원은 평택 미군기지에서 소일한 ‘뿔뿔이 잼버리’가 걸그룹 뉴진스까지 동원한 위문공연으로 미봉되나 싶더니 촌극은 시즌 2로 이어진다. 잼버리와 함께 퇴장할 줄 알았던 김 장관은 꿋꿋하다. 자신의 책임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실무자 처벌보다 개선 가능성
징계 수준을 경찰서장으로 높이면 258분의 1로 올라간다. 0.38%다. 지방경찰청장은 18분의 1(5.6%)이다.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전국 어디서 물의를 빚어도 문책 확률 100%다.
국민을 살리려는 노력은 이 확률과 비례한다. 태풍이 오면 경찰청장은 지방경찰청장 18명에게 24시간 대비하라 지시할 테고 사고가 터지면 경찰서장에게 뒷짐 지고 걷지 말라고 당부하리라. 그래도 119 신고는 놓칠 수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 책임으로 높이면 경찰과 소방이 모두 긴장한다. 지금처럼 0.0007% 또는 0.38%의 문책 확률에 기대는 시스템은 불안하다. 이태원 참사 9개월 만에 오송지하차도에서 또 112·119 전화가 무용지물 된 게 우연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민낯이 밝혀진 부끄러운 자화상이었습니다. 작지만 강한 국가였던 한국은 국민의 안전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기본이 덜 된 국가로 바뀌었습니다.”
이 발언의 주인공은 김현숙 장관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이던 2014년 5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대처를 질타하며 내놓은 말이다. 9년 전 목소리를 들어보면 지금 자신의 처지를 모를 리 없다. 그는 지하철 2호선 사고 등을 거론한 뒤 “매뉴얼은 있지만 허둥대는 일이 많았다”고 질타하는가 하면 “많은 국민이 다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초기에 왜 대응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생각을…”이라고 일갈했다.
사죄하는 태도 역시 판이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에 별 책임이 없는데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몇 번을 사과해도 부족합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반면 모두가 자신만 쳐다보는 잼버리 사태에 대해선 개막 한 달 만에야 사과했다.
잼버리 망신 부른 여가부 장관
버틴다고 제대로 일할 수 있나
한덕수 국무총리라도 나서야 한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정홍원 총리가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해임을 건의한 선례가 있다. 한 총리는 잼버리 현장에서 변기 닦는 사진으로 감동을 줬다. 손수 세척한 변기로 근심을 던 인원보다 총리가 장관을 해임 건의함으로써 걱정을 해소하는 사람 수가 훨씬 많을 것이다.
최근 군 혼란의 책임을 물어 이종섭 국방부 장관 교체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중대한 잘못으로 국민에게 상심을 안긴 고위 공직자가 오히려 무탈, 장수하는 아이러니는 이쯤에서 끝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