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톺아보기] ‘몸풀기’ 나선 차기 주자들
차기 주자들이 정중동 속에서도 이처럼 끊임없이 메시지를 발산하는 것은 “지금 선두 그룹에 들지 못하면 따라잡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그럴수록 대중으로부터 잊혀지기 쉽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여론의 관심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주요 후보군에 포함된 정치인들에게 쏠리기 마련이고, 이에 언론도 이들의 행보를 더욱 비중 있게 다루게 되면서 선두 그룹과 나머지 그룹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여론조사의 대표적 속성으로 꼽히는 ‘유명하니까 더 유명해지는’ 현상이 차기 주자 경쟁 구도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주류 3인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여권 내 비주류 주자들도 미디어 접촉을 부쩍 늘리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여당 내 야당 역할을 자임하며 쓴소리와 훈수 정치 등을 통해 변방의 핸디캡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차기 레이스에서 가장 불리한 게 여권 비주류”라며 “여기서 더 뒤처지면 판세를 뒤집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일찌감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잊혀지지 않기 위한’ 비주류 주자들의 행보가 여권 내부 경쟁을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야권 일각에선 김동연 경기도지사 이름도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도적 성향의 정책 전문가로서 여권 예비후보들과 견줘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도 곁들여진다. 김 지사가 최근 원 장관과 공개적으로 각을 세운 게 대항마 이미지 구축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부겸 전 총리 복귀설도 관심사다. 당 안팎에선 총선이 임박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경우 합리적 이미지를 가진 김 전 총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치권에 “다음 대선까지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지율에 신경 쓰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지도는 수능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수능 점수는 열심히 공부하면 높일 수 있지만 지지도는 ‘제로섬 게임’이라 경쟁 후보 지지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만회할 길이 없다. 대개 무응답층을 20%로 볼 때 여야 후보들이 40%씩 나눠 갖게 되는데, 각 진영에서 한두 명이 15~20%를 유지할 경우 추격 후보가 두 자릿수 지지를 획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대선에서 이른바 ‘갑툭튀’ 후보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단지 지지도가 높다고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이에 더해 각자의 ‘스토리’와 ‘서사’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여론의 최종 선택을 받기 위한 필요조건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실제로 구질서 등에 맞서 싸우며 대중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일 때 대중은 열광해 왔다. 역대 대선에서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청산 노력,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소신 등이 유권자의 신뢰를 얻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주자들은 대중에 어필할 만한 자기만의 스토리를 어떻게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인가.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때로는 뒤처지고 잊혀지지 않기 위해 어떤 전략적 카드를 들고나올 것인가. 총선 차출설 등 당장 내년 총선부터 본격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비주자들의 물밑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