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 서정기의 컬렉션
7년 전 남산 자락에 새로 지은 집은 주인장의 컬렉션을 쏙 빼닮았다. 골동품과 현대미술을 아우른 컬렉션처럼 한옥과 양옥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이 집에 사는 부부가 고무신을 신고 두 채를 오가듯이 이들의 컬렉션은 서로 다른 세계를 품으며 더 풍요로워졌다. 오래된 것과 혁신적인 것을 모두 품는 취향과 안목은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그 사람이 더욱 궁금해졌다.
“중학교 시절부터 제가 이것저것 모아오면서 친구들한테 ‘너는 할머니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또 어떤 사람들은 제게 ‘뭘 모으려면 한 종류만 제대로 모으라’고 충고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거 보세요. 저는 완전히 제 식대로 모았어요(웃음).”
처음 산 백남준의 작품은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 포스터를 판화(1989)로 찍은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가 64세트를 찍고, 34세트만 외부에 유통됐는데 그중 하나를 서씨가 산 것이다. 그는 이후 96년 말 비디오 설치작품 ‘자화상’을 샀고, 98년 ‘이메일’과 ‘광합성’ 두 작품을 한꺼번에 샀다. 그때 산 두 작품이 현재 거실 입구에 놓인 것들로, 그와 함께한 세월이 벌써 25년이다. 그는 ‘피시탱크’ ‘TV첼로’ ‘뮤직박스’ 등 백남준 작품 1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가 ‘백남준 덕후’가 되신 이유는 무엇일까. 서씨의 얘기다.
“내 눈엔 백남준 작품이 굉장히 예쁘고 아름답다. 어느 공간에 놓아도 그 자체로 그곳을 빛나게 한다. 무엇보다도 작품을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걸 생각했지?’ ‘이 사람 정말 천재잖아!’ 하고 감탄하게 된다. 미래를 내다본 능력도 대단하고, 표현 기법도 기발하다. 그런 작품 자체가 창작활동을 하는 내겐 큰 자극이 됐다. 사실 어떤 공간에 있을 때 매우 아름답고, 보는 사람들이 함께 탄성을 지르고, 시간에 빛바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가가 세상에 그렇게 많진 않다. 그런 면에서 백남준은 정말 천재고, 또 굉장히 매력적인 작가다.”
서씨의 아내 신미현(인비트윈코리아 대표)씨는 “이 집 컬렉션에서 서정기씨가 보인다”고 말한다. 디테일에 집착하고, 색에 민감하고, 아름다운 것들에 반응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그 서정기가 그대로 보인다는 얘기다.
더 컬렉터스(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65)
미술시장을 움직이게 하는 ‘숨은 손’ 아트 컬렉터의 세계, 이번엔 패션 디자이너 서정기씨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백남준의 ‘자화상’을 보며 식사하고, 2층 거실에선 앤디 워홀의 판화를 감상합니다.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① 200점 빼곡한 ‘신촌 수장고’…그 주인은 90년대생 컬렉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1266
② 거기, 쿠사마 ‘노란 호박’ 있다…병원서 만난 ‘특별한 컬렉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9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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