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로에베 재단 공예상’ 수상작
작년 우승자 정다혜 심사위원 참가
올해도 117개국에서 2700여 명의 작가들이 도자기·나무·섬유·가죽·유리·금속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출품했고, 지난 1월 디자인·건축·저널리즘·비평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10명의 전문가 패널이 30명의 최종 후보작을 발표했다. 이 리스트에 한국 작가 신혜림(금속), 이규홍(유리), 천우선(금속), 이인진(세라믹), 이재익(세라믹) 그리고 영국 교포 최기룡(세라믹)도 포함됐다.
올해의 최종 우승작인 ‘메타노이아’는 얇은 핀처럼 생긴 수백 개의 작은 조각을 중앙에 있는 점토에 층층이 고정시킨 20㎝ 높이의 세라믹 작품으로,제작기간만 1년이 걸릴 만큼 섬세한 구성이 돋보인다. “반짝반짝 빛나는 삶의 풍성함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중앙에서부터 불꽃이 터져 나오는 듯한 모습이 매혹적이다. 지난해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우승자였던 한국 작가 정다혜씨가 이번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는데 그는 “세라믹이라는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진정성 있는 연구와 정교한 기술력, 그리고 뛰어난 예술성에 심사위원들이 모두 공감했다”고 전했다.
또 한 명의 일본 작가 와타나베 모에의 ‘옮겨놓은 표면’은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채취한 호두나무 껍질로 만든 작은 상자다. 형태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상자를 만든다는 선입견을 깨고 나무껍질을 긴 한 조각으로 켜서 종이처럼 접고 바느질로 이음새를 마감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또한 나무 표면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잘 살렸다는 점 또한 높게 평가받았다.
한국 작가 공예품 독창성 있고 따뜻
- 로에베 재단 공예상이 올해로 6회를 맞았다.
- “날이 갈수록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무겁지만 아름다운 이 책임감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로에베 재단이 공예상을 지속하고 있는 목적은.
- “우리 재단은 공예뿐 아니라 문학·춤·사진 분야에도 많은 후원을 하고 있는데, 이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예술·장인 정신의 가치와 순수성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 현대인이 공예에 좀 더 애정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디지털 의존도가 너무 높다.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천천히 손으로 만드는 공예품은 시간을 정제하며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을 알게 해주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
- 오래 전부터 공예품은 ‘장식성’과 ‘실용성’ 두 개의 축으로 발전해 왔다. 현대의 공예품은 어떤 것을 더 강조해야 할까.
-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문제는 아니다. 한국의 유명한 ‘달항아리’만 봐도 누군가는 그냥 집안에 모셔두는 장식용으로 생각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꽃을 꽂아서 실용적인 화병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 매년 한국 공예작가들이 30명의 최종 후보에 대거 오르고 있다.
- “지난해 서울 공예박물관에서 한 달 간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후보작을 전시하면서 매일 1000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방문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로큰롤 콘서트를 보러 온 듯 설레는 얼굴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한국의 공예가 진심으로 존중받고 있음을 알겠더라. 매년 독창적인 공예작품들이 탄생하는 이유도 아마 이런 분위기에서 힘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 한국은 어떤 이미지의 나라인가.
- “두 번 서울을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에 깜짝 놀랐다. 마치 대문을 활짝 열고 집으로 나를 초대하는 느낌이었다. 그 따뜻한 환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더라. 한국 작가들이 선보이는 공예작품들에서도 독창성과 따뜻함이 함께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