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씹고, 적당량 먹는 습관을 들이자.
혈당 관리식 5주 차에서는 식단만큼이나 중요한 식사습관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 언급할 식습관은 ‘적당량을 먹는 것’입니다. 아주대병원 영양팀의 이연희 영양사는 “개인적으로 식단조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질 좋은 식품을 적당량 먹는 것. 과식을 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과식은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죠. 또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의 사람에 비해 2형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2.6배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 번째 식습관은 ‘천천히 씹기’입니다. 천천히 씹는 행위는 의외로 중요합니다. 일단 음식이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변해 위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천천히 오래 씹으면서 구강과 위장관 내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죠. 혈당의 상승 속도 역시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식사 시간이 길어지며 자연스레 영양소의 흡수가 지연되죠. 물론 식품 고유의 혈당지수(Glycemic Index)는 변하지 않지만, 음식이 소화기관으로 소량씩 들어가며 췌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죠. 더불어 포만감도 길게 이어집니다. 먹는 속도와 비만 발생의 상관관계는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증명된 적 있죠. 실제로 천천히 먹는 사람이 빨리 먹는 사람에 비해 과체중이 될 확률이 두 배 이상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소 30번을 씹어 넘기라고 조언합니다.
천천히 씹는 행위가 건강에만 좋은 건 아닙니다. ‘미식’에도 도움이 되죠. 인간의 미각은 미뢰의 감각과 후각에서 유래합니다. 음식이 입 안에 있을 때 이 음식의 맛과 향이 어떤지 더 잘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다 오랫동안, 더 섬세하게 맛을 느낄 수 있죠. 이번 5주 차에는 천천히 꼭꼭 씹어 건강도 챙기고 미식의 세계에도 입문해보세요.
[5주차 장보기] 닭고기・톳・우엉・흑임자
다섯째 주 식단과 메인이 되는 여섯 가지 재료에 대해 소개합니다. 고르는 법과 보관법도 함께 알아봤습니다.
① 소화 잘되고 기력 보강해주는 ‘닭고기’
닭고기는 가늘고 연한 근섬유로 구성돼 있어서 소화‧흡수가 잘되는 단백질원입니다.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해 기력을 보강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죠. 5주 차 식단에는 단백질이 풍부한 닭 안심을 사용했습니다. 안심은 가슴살 안쪽에 가늘고 길게 붙어 있는, 대나무 잎 모양을 한 부위입니다. 김 영양사는 “닭 한 마리에서 2조각의 안심이 나온다. 기름(지방, 콜레스테롤 등)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부위”라고 말합니다. 닭고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생기가 없어지고 연해지니, 눌러서 단단한 느낌이 드는 걸 고르면 됩니다.
② 수용성 식이섬유 풍부한 바다의 채소 ‘톳’
‘바다의 채소’라는 별명처럼, 톳은 채소 대용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양념장이나 고추장에 무쳐서 생채처럼 먹어도 맛있고, 두부를 으깨 톳과 섞어 먹어도 별미가 되죠. 쌀과 함께 섞어 밥을 지으면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감칠맛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톳은 광택이 나면서 탄력이 있고 굵기가 일정한 게 좋은 상품입니다. 손질할 때는 흐르는 물에 헹궈서 이물질을 제거한 후, 20~30분 정도 물에 담가 불리면서 소금기를 제거하는 게 좋습니다. 잘 손질하지 않으면 비린내가 살짝 날 수도 있는데, 물에 불릴 때 식초를 조금 넣으면 비린 맛이 없어집니다.
③ 변비는 예방하고 혈당은 완만히 올려주는 뿌리채소 ‘우엉’
긴 막대기처럼 생긴 우엉은 가을과 겨울 사이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우엉을 고를 때는 껍질이 밝은 갈색이며 매끈하고 흠이 없는 것, 딱딱하지 않고 휘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또 잔뿌리나 혹이 많지 않은 것이 좋은 상품이죠. 그렇다고 잔뿌리나 흙이 너무 없으면 중국산일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우엉은 껍질째 사는 걸 추천합니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것이 신선하고 풍미도 있기 때문이죠. 바로 쓰지 않을 때는, 씻지 않은 상태에서 건조해지지 않도록 신문지 등으로 싸서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됩니다.
④ 항산화 효과 강력한 안토시아닌 함유한 ‘흑임자’
흑임자는 낟알의 크기가 고르고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볶으면 옅은 검은색이 됩니다)인 걸 고르면 좋습니다. 국산은 낟알이 작고 둥글며 깨물었을 때 고소한 맛이 강한 편입니다. 껍질은 얇고 잘 벗겨지죠. 반면 수입은 낟알이 크고 길쭉하며 껍질이 두껍고 잘 벗겨지지 않는 편입니다. 또 고소한 맛이 약하다고 합니다. 오래 보관할 때는 냉동 보관(-20℃~0℃)을 권장하는데, 반드시 밀봉해서 보관하세요. 실온에서는 직사광선을 피해 보관하면 됩니다. 손질할 때는 모래나 마른 풀들을 골라내고, 여러 번 잘 씻은 다음 볶아서 사용합니다.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