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끼, 혈당 관리식] 중앙일보 COOKING과 아주대병원 영양팀에서 8주 동안 매일매일, 쉽고 맛있는 혈당 관리식을 소개합니다. 하루 한 끼, 나를 위해 요리하며 당뇨병 전단계(이하 전당뇨)까지 잡아보세요. 매주 토요일에는 그 주의 식단과 식단에 쓰인 식재료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우리가 먹는 식재료가 영양학적인 면에서 어떠한 효능을 가졌는지 알면, 8주간의 관리가 끝나더라도 일상에서 혈당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하자
섬유질은 식물세포를 구성하는 주된 물질을 말합니다. 그중에서 채소나 과일처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섬유질을 식이섬유라고 하죠. 식이섬유는 탄수화물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소화·흡수되지 않은 상태로 소장과 대장을 지나 배설된다는 점이 단순 탄수화물과는 다릅니다.
『최강의 식물식』을 쓴 소화기내과 전문의 윌 벌서위츠는 “정제 설탕은 입안에서 소화가 시작되어 약 20분이면 소장에서 흡수된다. 반면 섬유질은 입안으로 들어가 위를 거쳐 4.5m에서 6m에 이르는 소장을 지나는 동안에도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대장에 도달할 때도 입안에서와 동일한 분자 상태다”라고 설명하죠. 분해되지 않은 식이섬유는 대변의 부피를 늘리고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여 변비를 예방합니다. 특히 위와 대장의 수분을 빨아들여 팽창할 때 다른 음식물을 감싸 안아 음식의 소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즉 탄수화물의 흡수를 방해해 식후 혈당이 천천히 오르도록 해주죠. 그뿐만이 아니라 소장 안의 지방과 결합해 지방흡수도 막아줍니다.
8주 혈당 관리식의 4주 식단에서는 식이섬유 풍부한 청국장과 고사리, 부추, 무에 오리고기와 주꾸미를 더해 메인 재료를 구성해봤습니다. 감이 오시나요. 맞습니다, 원기 회복에 좋은 재료들이죠. 안미경 그리팅랩 수석연구원은 “오리고기와 주꾸미를 기반으로 영양과 관능 면에서 궁합이 좋은 부재료를 함께 구성했다”고 설명합니다.
[4주차 장보기] 오리・주꾸미・청국장・고사리・ 부추・무
넷째 주 식단과 메인이 되는 여섯 가지 재료에 대해 소개합니다. 고르는 법과 보관법도 함께 알아봤습니다.
① 불포화지방산 풍부한 ‘오리고기’
오리고기는 닭고기보다 맛이 더 진하고 고소합니다. 오리의 지방함량이 닭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하는 영양 성분표를 보면 껍질을 포함한 닭고기(100g 기준)의 지방은 10.6g이고 열량은 180kcal인 것에 비해, 껍질을 포함한 오리고기의 지방은 18.99g, 열량은 242kcal입니다. 지방이 많은 대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합니다. 특히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올레산과 혈액순환을 돕는 리놀렌산이 닭이나 돼지고기보다 많죠.
오리고기는 조리할 때 꼭 껍질을 제거하고 사용하세요.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껍질째 먹으면 섭취하는 지방은 물론이고 열량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껍질을 제거한 살코기의 지방은 3.07g, 열량은 117kcal 정도입니다. 시판하는 오리고기는 크게 생오리고기와 훈제오리로 나뉩니다. 김미향 영양사는 “오리고기의 비린내를 줄이고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내기 위해 훈연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선호도 역시 훈제오리가 더 높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연기를 입히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될 확률이 있으니 과도한 섭취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② 대표적인 고단백 저열량 식품 ‘주꾸미’
낙지보다 작고 꼴뚜기보다 큰 주꾸미입니다. 주꾸미는 감칠맛이 좋고 육질이 연하면서도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죠. 제철은 4~5월로 알려져 있는데, 이때가 알이 가득 찰 때라고 합니다. 주꾸미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탄수화물과 지방 함량이 낮아서 ‘고단백 저열량’ 식품으로 불립니다. 단백질 구성을 봐도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죠. 우리 몸에서 만들어내지 못해 식품으로 섭취해야 하는 아미노산을 말합니다. 필수아미노산은 우리 몸에서 단백질을 만들고,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합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주꾸미는 필수아미노산 중에서도 류신, 라이신 함량이 높은 편입니다. 그중 류신은 근육 형성에 관여합니다. 이연희 영양사는 “근력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고령층에서 최근 많은 관심을 보이는 아미노산이 류신이다. 근육이 증가하면 근육에서 소모하는 에너지도 증가하기 때문에 당뇨병 전 단계, 또는 체중 감량이 필요한 사람에게 유익하다”고 설명합니다. 라이신은 콜라겐 생성과 칼슘 흡수에 관여합니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혈중 지방산을 에너지로 대사해 중성지방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꾸미는 살짝 데치듯 요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열이 길어질수록 질겨질 수 있어서죠. 데칠 때는 소금을 조금 넣어주면 쫄깃한 육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생물은 비린내가 별로 없지만, 냉동을 사용할 때에는 청주를 조금 넣어보세요. 비린내와 잡내까지 잡을 수 있습니다.
③ 단백질‧지방 함량 높은 식물성 고영양식품 ‘청국장’
콩의 단백질 함량은 대략 40% 정도이며 탄수화물은 30%, 지방은 20%입니다. 비타민과 무기질, 필수아미노산 등을 많이 함유한 콩은 어느 작물보다 영양학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죠. 반전은 이런 성분이 몸에 흡수되는 비율이 낮다는 점입니다. 익힌 콩의 흡수율은 60%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콩의 발효식품인 청국장의 흡수율은 95%에 달합니다. 바실러스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콩의 단백질‧탄수화물‧지방이 소화하기 쉬운 상태로 분해되기 때문이죠. 식이섬유와 인지질‧이소플라본‧페놀린산‧사포닌‧트립신 저해제‧피틴산 등을 포함하고 있는 청국장은 된장이나 고추장보다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높은 ‘식물성 고영양식품’이라고 불립니다.
다만 청국장에는 염분이 꽤 포함돼 있습니다. WHO에서 권장하는 1일 염분 섭취량은 5g(소금)입니다. 이혜경 영양사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기초한 한국인의 평균 염분섭취량은 권장량의 2~3배 이상이다. 소금 1g은 된장이나 고추장 10g과 같은 양”이라며 “청국장은 제조과정에 따라 염분량의 차이가 있으니 적게 사용하고 국물의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염분이 걱정이라면 ‘생 청국장’을 구매해도 좋습니다. 콩을 삶거나 쪄서 익힌 후 종균을 접종해 발효한 다음 소금을 첨가하지 않은 게 특징이죠. 그대로 먹어도 되고, 취향에 따라 조미해 먹어도 됩니다.
④ 식이섬유와 각종 무기질 풍부한 ‘고사리’
세계 어디서든 자란다는, 생존력 왕성한 식물이 바로 ‘고사리’입니다. 나물로 먹으면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고, 생선과 함께 조리면 달큼한 맛이 납니다. 고사리는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합니다. 먹었을 때 포만감이 드는 이유죠. 변비를 예방하거나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는 역할도 합니다. 무기질도 풍부한데, 특히 말린 고사리는 칼륨, 마그네슘, 철분 같은 무기질이 더 풍부해진다고 합니다.
생고사리는 밝은 갈색을 띱니다. 줄기를 만졌을 때 통통하며 연한 것을 고르세요. 잎은 길지 않고 고불고불하게 잘 감겨 있는 게 어린 순입니다. 특히 국산 고사리는 줄기가 길지 않고 줄기 위에 잎이 많습니다. 색은 연한 갈색이며 털이 적고 향기가 강한 편이죠. 반면 말린 고사리는 짙은 갈색을 띱니다. 역시 줄기가 통통하고, 깨끗하게 말려 이물질이 없는 것을 고르면 됩니다. 말린 고사리는 건조한 실온에 보관하면 되지만, 생고사리는 끓는 물에 한 번 데친 후 햇볕에 말려야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오래 보관하지 않을 때는 데친 다음 물에 담가 쓴맛을 뺀 후 사용하면 됩니다.
⑤ 몸을 따뜻하게 해 순환계를 보호하는 ‘부추’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맵고 약간 시며 독이 없다.’ 『동의보감』에 나온 부추의 설명입니다. 부추의 냄새 성분인 황화알릴이 몸에 흡수되면 자율신경을 자극해 에너지 대사를 돕는다고 하죠. 부추를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는 이유입니다. 또, 황화알릴의 성분 중 하나인 알리신은 탄수화물 대사에 필수인 비타민 B1의 흡수를 크게 도와줍니다. 부추에는 베타카로틴도 풍부합니다. 베타카로틴은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해 항암‧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물질입니다.
부추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라, 한 번 씨를 뿌리면 싹이 계속 돋아납니다. 잎을 베어서 먹으면 다시 잎이 올라와, 집에서도 쉽게 길러 먹을 수 있다고 하죠. 부추를 살 때는, 시든 잎이나 잡풀이 섞이지 않았는지 확인하세요. 단으로 묶어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이지현 영양사는 “햇빛과 거름을 충분히 받은 부추는 색이 선명한 녹색”이라며 “색이 선명해야 영양도 많다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잎이 꺾였거나 끝이 갈변한 것은 수확한 지 오래됐다는 뜻입니다. 또 줄기를 만졌을 때 억세면 맛이 떨어지고 질길 수 있습니다.
⑥ 소화를 돕고 위궤양은 예방해주는 ‘무’
선조들이 배추보다 먼저 김치로 담가 먹은 채소가 바로 ‘무’입니다. 배추처럼 무도 사시사철 살 수 있지만, 가장 맛있을 때는 가을부터이죠. 가을무의 하얀 윗부분을 칼로 잘라서 한 입 먹으면 달고 시원한 맛에 놀라게 됩니다. 무는 예부터 소화를 돕는다고 알려진 채소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무에는 소화를 돕는 효소가 여러 가지 있죠. 그중 아밀라아제와 같은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아제는 체내의 유해 노폐물을 없애주고 위 통증과 위궤양을 예방한다고 합니다.
무를 고를 때는 겉이 하얗고 윤기 있으며 손으로 들었을 때 묵직하고 단단한 게 좋습니다. 또 녹색(윗부분)과 흰색(아랫부분)의 경계가 뚜렷하며 뿌리는 통통한 게 좋은 상품이죠. 이지현 영양사는 “초록색 무청이 달린 것이 싱싱한 무지만, 무청 없이 파는 무라면 잘린 단면에 구멍이 있거나 변색 된 것을 피하라”고 말합니다. 이른바 바람 든 무이죠. 당분이 떨어지고 식감이 퍼석거려 맛이 없습니다. 무는 쓸 만큼만 잘라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흙이 묻은 상태로 신문지에 싸서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됩니다. 이때 무청은 잘라서 보관하세요. 무의 수분을 빼앗아갈 수 있어서입니다.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