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늘자 기사를 봤다”며 중앙일보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4년 정도 울갤을 지켜본 청소년 상담 관계자라고 밝힌 제보자는 이곳에서 미성년자 조건만남과 성범죄가 꾸준히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가 지목한 A씨는 실제로 이날 오전 “대구에 왔다”고 울갤에 글을 올렸다. ▶︎본지 1일자 1면 [울갤 리포트①]
울갤 리포트② 성착취·약물·자살시도…벼랑끝 1020의 심연
이소희(가명·17)양은 지난해 12월 신촌에서 만난 20대 남성 울갤러가 갑자기 허벅지와 엉덩이 등을 만지며 성추행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20대 남성은 여자친구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내가 자는 동안 신체를 만지고 얼굴을 도촬했다”고도 말했다. 도촬당한 사진은 곧 갤러리에 뿌려졌고, 숱한 평가와 성희롱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후 소희 양은 자주 자살을 시도했다. 하루는 집 옥상에 올라가 SNS 라이브를 켜고 울면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때 두 남성에게 메시지가 왔다. “죽기 전에 가슴 좀 보여 달라”는 내용이었다.
김모(24·여)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카톡으로 지속적인 성희롱을 하던 남성 울갤러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학생이 대화를 받아준 거라 고소장 접수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성에게 더 이상 접근 말라는 경고 전화를 걸어준 게 경찰이 해준 일의 전부였다.
일상 돼버린 미성년 대상 성범죄
이처럼 실제 만남이 어렵지 않은 분위기 탓에, 10대 여성들은 쉽게 범죄에 노출됐다. 최근 5년간 울갤발(發) 미성년자 성범죄와 관련한 판결도 다수 확인됐다. 2019년 서울서부지법은 평소 우울증을 앓던 17세 피해자를 ‘주종관계’로 그루밍하고 11회에 걸쳐 성적으로 학대하는 모습을 촬영한 울갤러 허모씨에게 징역 4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의 성범죄자 정보공개·취업제한 등을 선고했다. 허씨의 항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월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2021년 8월 경기 양평군에서 “울갤 활동은 성관계가 목적”이라며 16세 피해자를 성폭행한 대학생 김모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씨는 “말 안 들으면 목졸라 죽이겠다” “아는 형이 신고자를 찌를 수도 있다”고 피해자를 위협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2020년 포항에서 14세 피해자에 유사성행위 등을 강제하거나(성남지원), 2021년 서울 송파구 무인텔로 16세 피해자를 데려와 성착취물 11개를 제작한(춘천지법) 가해자들이 있었다.
“술피뎀 흔했다”…SNS선 ‘위험한 친목’
장난부터 진심까지…자살 시도 거듭돼
이날에만 진위가 확인되지 않는 “동작대교 가는 중” “역촌역 평화공원에서 동반자살하자”는 자살 암시글과 지난해 투신을 시도했을 당시의 후기글 등이 여럿 올라왔다. 울갤이 직·간접적으로 자살 위험군에 영향을 주고, 실제 자살로도 이어지는 구조였다.
친한 울갤러들을 많이 잃었다는 D씨(22)는 기자에게 “작년에만 장례식장을 5번 갔다”고 되뇌었다. 비극이 반복되는 배경엔 울갤만의 특수한 분위기가 있었다. 가족·학교·친구와 단절된 채 서로를 유일한 소통 창구로 여기고→이 때문에 오프라인 만남에 쉽게 응하며→상대방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치료·수사 병행해야…고도의 방향전환 필요한 때”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단순 범죄 사건만으론 볼 수 없는, 청년 위기 상황에 자살과 성범죄 등이 중첩된 병폐 현상”이라며 “정신보건기관과 수사·사법기관이 연계된 고도의 수사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소외된 아이들일수록 물리적·심리적으로 이런 (불건강한) 커뮤니티에 의존하게 된다”며 “가정에서 외면당한 경우도 많은 만큼 부모에게 인계하는 방법이 중심인 청소년 정책 자체를 돌아볼 때”라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이트 폐쇄보다는, 자살 유발 정보는 확실히 삭제하되 또래집단이 서로 위로를 건네는 순기능을 강화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안내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안일 수 있다”며 “미국·일본처럼 10~20대가 선호하는 실시간 채팅·SNS 상담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