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5월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반환보증은 임차인(세입자)이 임대인(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보증회사가 대신 돈을 주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보증사가 산정한 주택 가격(공시가격의 140%) 대비 전세보증금이 100% 이하만 돼도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했다.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는 ‘깡통 주택’이어도 반환보증에 들 수 있어, 악성 임대인이 이를 악용해 깡통 주택 계약을 유도하는 일이 있었다.
전문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보증사의 전세 ‘대출보증’ 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출보증은 임차인이 금융회사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때 보증사가 이 대출의 상환에 보증을 서주는 절차로, 반환보증과는 다른 제도다. 현재 전세대출금의 최대 100%를 보증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90%, 주택도시보증기금(HUG)과 서울보증보험(SGI)은 각각 100%를 보증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 비율을 60~70% 수준으로 낮추고 그 이상은 보증하지 않겠다고 하면 돈을 빌려주는 금융사와 돈을 빌리는 임차인은 전세 대출과 거래에 각각 신중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증사가 보증 비율을 낮추면 은행 등 금융사는 위험 부담이 높아지니 임차인의 전세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임차인 입장에선 전세가가 높은 물건에 대한 거래를 더 신중히 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지금껏 ‘무자본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가 가능할 정도로 전셋값이 치솟고, 결국 조직적인 전세사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데는 비교적 쉬운 전세대출이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보증사가 보증 비율을 낮춰 전세대출에 안정성을 강조하면 전세 수요 증가와 전세가 상승에 제동을 걸 수 있고, 그 결과 전세가와 매매가 사이에 격차가 유지되면 전세사기의 위험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임 교수는 다만 “갑자기 보증 비율을 낮추는 것은 실수요자의 대출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방향성을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전세 제도의 거시경제적 위험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보증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며 “전세대출 보증은 임차인의 전세자금 마련을 도와준다는 취지와 달리, 실질적으로는 임대인의 대출 상환 위험에 대한 보증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으면 대출 자금이 결국 임대인에게 가기 때문에 이 대출에 대한 보증은 임대인에 대한 보증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의미다. 박 연구위원은 “금융사가 검증한 바 없는 임대인에 대한 대출, 즉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 적용이 불분명한 대출에 보증하는 것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보증 비율을 낮추면 대출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아울러 현재 공시가격의 140%를 기준으로 하는 반환보증의 주택 가격 산정 조건도 더 엄격하게 해서 깡통 주택에 보증이 나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