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UAM 시대
지난 2일 회사원 최성현(45)씨와 함께 경기도 일산의 킨텍스를 찾은 초등학생 최주원(8)군이 이마와 두 눈에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채 공중에서 탄성을 질렀다. 이날 최군이 아빠와 함께 탄 놀이 기구(?)는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 참가한 SK텔레콤이 자사 부스에 마련한 도심항공교통(UAM) 체험 기구다. 거대한 로봇의 팔처럼 생긴 자리에 앉아 VR 기기를 쓰면 눈앞엔 서울 도심으로부터 하늘로 이륙, 지긋지긋한 교통 체증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채 목적지로 향하는 ‘플라잉 카’(flying car)에서 볼 수 있는 쾌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아버지 최성현씨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실제로 나온다면 회사 출·퇴근 시간이 단축돼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정부, R&D 지원 등 컨트롤타워 역할해야
UAM은 세계 모빌리티 산업에서 자율주행차와 함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넘어선 가운데 각국은 도시 과밀화로 교통 체증 문제가 한층 심각해졌다. 지하철을 늘려도 한계가 있다면 답은 하늘에 있다. 현재 기업들이 개발 중인 플라잉 카는 2~5명이 탈 수 있고 일반 항공기처럼 기다란 활주로가 필요 없이 수직으로 이·착륙 가능하다. 복잡한 도심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이에 자동차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항공·건설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UAM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20년 70억 달러(약 9조원)였던 세계 UAM 시장 규모가 2040년 1조4749억 달러(약 1940조원)로 200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그룹도 적극적이다. 한화시스템이 2019년 7월 국내 최초로 UAM 시장 진출을 발표한 이후 2020년부터 미국의 UAM 기체 전문 기업 오버에어와 에어 택시 ‘버터플라이’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센서·레이더 기술과 오버에어의 ‘최적 속도 틸트로터’(OSTR)라는 특허 기술을 적용한 기체다. 기체가 이·착륙할 땐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움직이고, 공중에 뜬 상태에선 고정익 비행기처럼 고속 비행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역시 전기로 구동하며 배터리 완충 시 최고 시속 320㎞로 운항 가능하다. 서울에서 출발해 20분이면 인천에 도착할 수 있는 속도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월부터 UAM의 운항·통제 시스템과 운항사 모의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운항·통제 시스템은 운항사가 비행 계획과 비행 감시, 비행 스케줄 관리 등에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기상·공역·통신 등 운항을 위한 부가 정보도 제공한다. 운항사 모의 시스템은 비행 준비 단계부터 비행 종료까지 모든 과정을 모의하는 시스템으로 안전 운항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11월 독일의 UAM 기체 제조사 볼로콥터와 손잡으면서 한국형 UAM 서비스 모델의 고도화 및 상용화 준비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25~26년 국내 상용화가 목표다. 김민선 카카오모빌리티 UAM팀 이사는 “경기도 판교에서 김포공항까지 자동차로 2시간 넘게 걸리는 구간을 UAM으로는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며 “에어 택시로 운영했을 때 배터리 가격과 유지비 등을 고려, 이용료를 ‘카카오T 블랙’ 택시보다 조금 비싼 수준으로 책정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3조 생산유발 효과, 일자리 16만개 창출
정부도 2025년 국내 UAM 상용화를 목표로 로드맵을 구상하는 등 팔을 걷어붙였다. 국토교통부는 2040년까지 국내 UAM 시장 규모가 13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기간 UAM을 통한 23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 11조원의 부가가치 창출, 16만 개의 일자리 창출도 기대 중이다. 각 지자체도 가세했다. 서울시는 한강변 개발 사업에 UAM 관련 구상을 포함시켰다. 대전시는 UAM 이·착륙장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포시는 기초 지자체 중 최초로 UAM 정책 추진 조례를 만들었다.
관건은 안전성 확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UAM 기체는 일반 항공기와 운항 고도가 다르고 공중에서 여러 기체가 한꺼번에 움직이므로 안전을 위해 기체 간 통신, 기체와 지상 간 통신 모두 긴밀해져야 한다”며 “UAM 맞춤형의 새로운 교통관제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기존 지상 교통 체계와의 연계성 확보도 과제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 등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UAM 이·착륙장이 있으면 대중교통 수단으로서 이점을 상실하기 쉽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UAM은 자동차 기업의 자율주행 기술, 방산 기업의 레이더 기술, 이동통신 기업의 초고속 통신망 등을 필요로 한다”며 “다양한 업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개선과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공룡’ 아마존·GM·보잉·우버 앞다퉈 진출…중국·유럽 기업도 도전장
UAM 시장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발걸음이 바쁘다. 미국은 아마존·제너럴모터스(GM)·보잉·우버 같은 공룡들이 앞 다퉈 UAM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배송용 드론(무인항공기) 도입에 이어 물류용 플라잉 카 개발에 나섰다. GM은 플라잉 카뿐 아니라 플라잉 카에 들어가는 배터리 개발에도 한창이다. 보잉은 플라잉 카를 만들기 위해 독일의 포르쉐와 손잡는가 하면, 위스크라는 플라잉 카 제조사를 따로 설립해 전폭 지원 중이다. 위스크는 최근 “2035년까지 에어 택시 5000대를 띄우겠다”고 발표했다. 우버는 자사 승차 공유 플랫폼을 UAM과 연결할 예정이다. 우버가 7500만 달러를 투자한 UAM 전문 업체 조비에비에이션은 대규모 생산 시설을 만들어 기체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에 맞선 중국은 ‘대륙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 샤오펑이 UAM 사업에 적극적이다. 샤오펑 자회사 샤오펑후이톈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플라잉 카 ‘X2’의 공개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X2는 차체 전체에 탄소섬유 구조를 채택했고 2명을 태울 수 있다. X2는 올해 초 중국 민간항공국(CAAC)으로부터도 유인 테스트를 특별 허가받았다. 샤오펑 측은 X2로 2024년 에어 택시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도 적극 나섰다. 스웨덴 업체 젯슨에어로의 경영진은 지난해 플라잉 카 ‘젯슨 원’으로 자택에서 약 4.8㎞ 떨어진 사무실까지 세계 최초 통근했다고 밝혔다. 젯슨에어로 측은 “통근 시간이 88% 단축됐다”며 “2024년 배송 주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선 중국은 ‘대륙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 샤오펑이 UAM 사업에 적극적이다. 샤오펑 자회사 샤오펑후이톈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플라잉 카 ‘X2’의 공개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X2는 차체 전체에 탄소섬유 구조를 채택했고 2명을 태울 수 있다. X2는 올해 초 중국 민간항공국(CAAC)으로부터도 유인 테스트를 특별 허가받았다. 샤오펑 측은 X2로 2024년 에어 택시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도 적극 나섰다. 스웨덴 업체 젯슨에어로의 경영진은 지난해 플라잉 카 ‘젯슨 원’으로 자택에서 약 4.8㎞ 떨어진 사무실까지 세계 최초 통근했다고 밝혔다. 젯슨에어로 측은 “통근 시간이 88% 단축됐다”며 “2024년 배송 주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