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서방 압박에 핵 배치"…내달 6일 푸틴-루카셴코 회동

중앙일보

입력 2023.03.29 11:05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다음 주에 만나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2월 17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회담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참석하는 양국 최고위급 회의가 다음 달 6일에 열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의제는 양국 발전에 우선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필요한 경우 안보와 같은 다른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면서 “특히 익히 잘 알려진 사건과 관련된 주제나 우리 국가에 비우호적인 환경과 관련한 주제 등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최고위급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의 벨라루스 전술핵 배치 계획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앞서 지난 25일 푸틴 대통령은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기로 양국이 합의했으며 이를 위한 핵무기 저장 시설을 오는 7월 1일까지 완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라루스 정부도 28일 자국에 러시아 전술핵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벨라루스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는 미국과 영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 유럽연합(EU) 국가들로부터 정치·경제·정보 분야에서 전례 없는 압력을 받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우려하는 것은 정당하며 그 위험을 고려할 때 우리는 자체적인 방어 능력을 강화해 대응해야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전술핵을 배치할 경우 핵확산방지조약(NPT)을 위반하는 것이란 비판에 대해선 “러시아 무기를 통제할 권한이 벨라루스엔 없기 때문에 핵무기 배치 계획이 NPT를 위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벨라루스 내에선 벌써부터 러시아의 전술핵을 이용해 인접한 서방 국가를 압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리호르 아자로나크 벨라루스 국영TV 진행자는 이날 방송에서 “벨라루스는 핵보유국으로, 우리 영토를 공격하면 전술핵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라면서 “바르샤바(폴란드 수도)는 녹고, 빌뉴스(리투아니아 수도)는 가라앉을 것”이라고 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에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러시아의 행보는 확실히 추가 제재로 이어질 것”이라며 “루카셴코 정권에 대해서는 훨씬 더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EU에서 논의되고 있는 11차 대(對)러시아 제재안에 벨라루스를 겨냥한 더 많은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벨라루스 국경 통행에 대한 추가 제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푸틴 대통령의 전술핵 배치가 발표된 지난 주말에 국경에서 벨라루스 트럭의 60%만 통과시켜 벨라루스가 반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