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임재·박희영 첫 재판서 혐의 부인

중앙일보

입력 2023.03.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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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진 연합뉴스·뉴스1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54)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과 박희영(62) 용산구청장 등 공무원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17일 이 전 서장의 변호인은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 심리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로 피고인들의 출석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이날 구속 상태인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을 비롯한 경찰 쪽 피고인들은 전원 출석했다.
 
피고인들은 지난해 핼러윈 데이를 앞둔 10월29일 법령과 메뉴얼 등 주의의무에 입각해 사전 대응 의무를 소홀히하고 당일 조치도 미흡해 사상자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등 상부 기관에 경찰관(경비)기동대 지원을 직접 요청하거나 자신의 지휘·감독하에 있는 경찰에 지원을 요청하도록 지시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지난 1월 구속기소됐다.
 
또 이 전 서장 등 일부 피고인은 참사 당일 부실 대응을 은폐할 목적으로 관련 조치상황 보고와 도착 시각 등을 허위 기재하고 행사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서장 측은 “도의적·행정적 책임을 떠나 형사 책임을 지는 데 법리적 문제가 있다. 허위공문서작성의 경우 사실관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에 더해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각을 보고서에 허위로 적도록 지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의 의무와 위반 여부, 사고 발생과 인과관계 등 법리를 중심으로 심리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날짜와 시간 등이 일부 잘못 적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사실 확인이 중요한데 시간대가 안 맞으면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공소장을 변경 또는 정정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이날 구속상태인 박 구청장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역시 구속상태인 유승재 부구청장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등 법정에 모습을 비췄다.
 
박 구청장 등은 참사 당일 경보 발령, 대응요원 현장출동 지시, 교통 통제 등 재난대응에 필요한 긴급 특별지시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박 구청장은 의견서에서 “인과관계와 관련한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제시되지 않았고 (사고를) 예견할 가능성이나 회피할 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 현장 아닌 다른 곳에서 다쳤거나, 응급실에 갔지만 진단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었던 피해자들도 상해 피해자로 적시됐다”고 반박했다.
 
유 전 부구청장과 최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등 다른 구청 간부들도 “핼러윈 데이는 용산구의 재난안전관리계획 수립 대상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법정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들도 출석했다.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발언 기회를 얻어 “이번 사건은 부모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살인사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공소장 내용이 상당히 방대하다”며 본 재판 전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 등 경찰 관계자들의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4월10일, 박 구청장 등 구청 관계자들의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4월17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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