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리움미술관 지하 1층 그라운드 갤러리에 94년 308만 달러에 낙찰된 15세기 백자청화 보상화당 초문 잔 받침이 전시돼 있다. 96년 10월 3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50만 달러(수수료 포함)에 낙찰된 17세기 백자철화용문호도 같은 전시장에 나와 있다.그동안 기록적인 가격에 낙찰된 뒤 자취를 감췄던 '전설의 도자기들'이 이번 전시에 나란히 나온 것이다.
94년 308만불 낙찰 15세기 접시
96년 '세계 최고가' 기록 항아리
도자 3점 가격만 200억 원 달해
'국보' 아닌 도자로 지하1층 전시에
"국보로 지정 추진해야 할 명품들"
상설 전시장에 390만달러 백자도
27년 전 850만 달러 낙찰된 '귀한 몸'
한 고미술 관계자는 "당시 기록을 세운 이 항아리는 '천하의 명품 도자기'라고 해서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2000년대 후반 중국 도자기가 기록을 깨기 전까지 약 10여 년 간 최고가 자리를 지켰다"고 전했다.
용이 그려진 항아리는 조선 왕실의 권위를 상징한다. 일반적으로 청화 안료를 쓰지만 17세기 전·중반엔 청화 안료 구하기가 어려워 철 안료를 사용하기도 했다. 철 안료를 쓴 경우 문양이 갈색으로 나온다.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현재까지 알려진 다른 용무늬 철화백자와 비교해 보아도 유사한 예를 찾기 어려운 희귀한 사례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백자청화 운룡문호
전시엔 백자청화 운룡문 호가 하나 더 나와 있다. 고 이병창 박사가 일본 오사카시립 동양도자미술관에 기증한 것으로, 높이 55.2㎝, 몸체 지름 43.8㎝다. 이 백자에도 다섯 발가락 용이 그려져 있으며, 용 무늬 항아리로는 매우 드물게 길상의 의미를 지닌 칠보 문양이 그려져 있다. 두 백자는 굽의 문양이 서로 다르다.
한편 2011년 경매에서 389만 달러에 낙찰된 또 다른 백자 청화 운룡문 호는 현재 리움미술관 고미술 상설 전시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청화백자운룡문 호 두 점 가격만 해도 현재 가치로 100억 원이 넘는다. 고 이건희 회장의 남다른 백자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전시에선 이건희 회장 유족이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백자 6점도 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1996년 300만 달러에 낙찰 받은 청자(철재상엽문매병) 역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청화백자 보상화당초문 잔받침
이 잔 받침엔 상상의 꽃인 보상화(寶相華)와 이를 잇는 덩굴이 그려져 있으며, 가운데 꽃을 중심으로 다섯 개 꽃과 덩굴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접시 입술엔 파도 무늬, 뒷면엔 칠보 무늬가 그려져 있다. 리움미술관 이 연구원은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속 접시를 모방한 듯한 날렵한 형태와 화려한 문양이 빼어나게 아름다워 귀한 백자인 줄은 알고 있었으나, 29년 전 해외 경매에서 300만 달러 넘게 낙찰된 것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고미술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나온 백자철화 운룡문 호와 청화백자 보상화당초문 잔 받침은 현재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니어서 지하 1층 전시장에 출품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 심의를 거쳐 국보 지정을 추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명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