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일본 도쿄(東京)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걸려 도착한 구마모토(熊本) 공항에는 새로운 터미널 건설을 알리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휘날리고 있었다. 오는 2027년 공항 이용객 480만 명을 목표로 약 183억엔(약 17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은 신공항은 오는 23일 문을 연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 예상보다 15분이 더 걸렸다. 택시 기사는 "코로나19 규제 완화 후 국제선이 재개된 영향도 있고, TSMC 공장 건설 이후 방문객이 급증해 교통 체증이 심해졌다"고 했다.
2021년 10월, 대만 반도체업체 TSMC가 이곳에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한 후부터 인구 172만 명의 구마모토현은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지역이 됐다. 아소산 기슭 기쿠요(菊陽)정에 세워지는 21만㎡ 규모의 공장은 착공 2년 만인 올해 말까지 완공, 내년 말 제품 출하를 목표로 24시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TSMC가 1공장 인근에 2020년대 말 완공을 목표로 두 번째 공장을 건설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3일 오전 건설 현장을 찾았다. 드넓은 양배추밭 한가운데 거대한 공사 가림막이 세워져 있고, 인부들과 차량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 하니 관리인이 다가와 "공사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멀리서 촬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완공 후 이 공장에서는 카메라와 자동차 등에 주로 사용되는 12~28 나노미터(nm)의 시스템 반도체를 월 5만 5000장 생산할 계획이다. TSMC 외에도 일본 전자업체 소니와 자동차 부품 업체 덴소가 이 공장에 출자했는데, 생산 반도체의 상당 부분은 출자 기업의 제품 생산에 사용될 전망이다.
"'실리콘 아일랜드' 명성 되찾자"
게다가 2016년 대지진으로 구마모토의 산업 기반이 다수 훼손됐다. TSMC 공장은 이런 구마모토에 부흥의 씨앗을 심고 있다. 규슈파이낸셜그룹은 이번 공장 유치로 인한 경제 효과가 향후 10년 간 4조 3000억엔(약 4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공장 직원 1700명을 비롯해 관련 기업 등에서 총 7500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日정부, 공장 설립비용 40% 지원
전문 인력 고령화, 대학이 나섰다
이번 학기에는 우선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관련 수업을 개설했는데 100명 가까운 학생들이 수업을 신청했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내년에는 아예 공대 내에 반도체 학부 과정을 신설한다. 일본의 국립대에 관련 학부가 생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의 기반이 되는 공학 이론에서부터 제조의 실무, 공정 관리 등을 교육한다. 아오야기 센터장은 "TSMC 등 관련 기업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제적인 인재 육성을 위해 한국의 카이스트(KAIST) 등과도 연계한다.
"반도체 공장 유치" 지자체 경쟁 치열
구마모토를 시작으로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한 일본 지자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도요타·키옥시아·소니·NTT·소프트뱅크·NEC·덴소·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의 대기업 8곳이 설립한 반도체회사 '라피더스'는 최근 2나노미터급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공장 부지로 홋카이도(北海道) 치토세(千歲)를 낙점했다. 라피더스는 공장 건설에 총 5조엔(약 48조원)을 투자하고, 일본 정부는 연구·개발 비용 등으로 700억엔(약 6800억원)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