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190여개국에 공개되는 ‘길복순’은 언더커버 액션 수사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부정 선거의 시초를 캔 ‘킹메이커’(2022) 등 남성들의 맞대결을 감각적으로 담아온 변성현 감독이 각본을 겸한 작품. 전도연이 맹인 검객으로 나온 무협 사극 ‘협녀: 칼의 기억’ 이후 8년만의 액션에 도전했다. 수상 경쟁에선 제외된 비경쟁 부문 베를리날레스페셜 초청작인데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밀양’(2007)의 전도연, K콘텐트 맛집 넷플릭스가 만난 킬러 액션이란 점만으로 주요 외신에 주목받았다.
전도연 싱글맘 킬러 액션 ‘길복순’
25일 폐막 베를린영화제서 호평
내달 31일 넷플릭스 190개국 출시
전도연 “‘밀양’ 후 진지한 작품…
길복순 통해 또 한번 틀 깼죠”
중년 미혼모판 '존 윅', 전도연표 '킬 빌'
외신에선 특히 전문 킬러들의 지리멸렬한 살육전을 만화 같은 액션으로 다룬 키애누 리브스 주연 범죄 느와르 ‘존 윅’, 우마 서먼 주연의 복수 액션 ‘킬 빌’ 등에 빗댄 리뷰가 많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존 윅이 10대 딸의 레즈비언 커밍아웃을 맞닥뜨린 중년 미혼모라면 이럴 것”이라고, 영국의 스크린데일리는 “펀치 날리는 법을 확실히 아는 영화”라고 칭찬했다.
'야쿠자' 살해보다 더 어려운 사춘기 딸 커밍아웃
은퇴를 고민하는 그에겐, 10대 때 그를 청부살인업계로 이끈 MK엔터 대표 차민규(설경구)의 만류, 오빠에게 총애받는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차민규의 동생 차민희(이솜)의 질투, 후배 킬러이자 내연남 한희성(구교환)과 목숨 걸린 문제들보다 더 어려운 숙제가 바로 딸이다. 혼자 힘으로 모자람 없이 키우려 애쓴 재영(김시아)이 사춘기를 맞아 동성애에 눈 뜬 것.
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아버지에게 학대 받고 자라 킬러가 된 복순이 자기 자신의 삶을 딸에게 솔직하게 드러내고 스스로를 껴안아가는 과정과 겹쳐진다.
美매체 "타란티노풍 그 이상의 캐릭터 만들었다"
미국 매체 ‘데드라인’은 “변성현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를 연상시키는 일상 코미디 요소를 활용하지만, ‘타란티노풍’ 그 이상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전도연 모녀 관계 지켜보며 시나리오 작업
‘길복순’은 전도연을 위한 작품을 꿈꾼 변 감독이 정해둔 내용 없이 전도연에게 차기작을 약속받으며 구상에 돌입했다. 전도연의 대외 활동뿐 아니라 집에서 딸과 지내는 일상 모습을 지켜보고 이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다.
그런 만큼 전도연의 오랜 배우로서의 삶을 킬러 세계에 빗댄 작품이란 풀이도 나온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는 “청부살인을 ‘작품’이라 표현하고 킬러들은 일종의 소속사와 계약 관계를 맺는 존재로 묘사된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사이에서 품위와 실력을 지켜야 하는 길복순의 고뇌는 실제 전도연과 닮았다”면서 “배우의 훌륭한 작업을 ‘죽이는 연기’라 표현하는 것도 길복순을 전도연 그 자체로 해석해보게 만든다”고 했다.
전도연 "'밀양' 이후 어둡고 진지…길복순이 틀 깨"
‘밀양’으로 한국 최초 칸 국제영화제 연기상을 받으며 ‘칸의 여왕’이 된 이후론 칸에 초청된 ‘하녀’(2010) ‘무뢰한’(2015) 등 진지한 작품이 주를 이뤘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전도연은 “‘밀양’을 통해 대중에 알려진 후 오히려 어떤 틀에 갇혀있었다. 더 어둡고 깊고 진지한 작업이 계속해서 나를 찾았다. 그 틀을 넘어설 작품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면서 “길복순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해준 역할”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