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떠나는 안성욱 "조직 안팎의 혼란, 법치·상식 무너진 결과"

중앙일보

입력 2023.02.23 16:09

수정 2023.02.23 16:22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안성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뉴스1

최근 사의를 표명한 안성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차관급)이 권익위를 떠나며 윤석열 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안 처장은 임기를 1년여 앞둔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권익위 내에서 전현희 권익위원장의 유일한 우군으로 분류됐던 고위급 인사로 그간 여권의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안 처장은 23일 권익위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이임사를 통해 "조직이 어려운 시기에 책임을 내려놓고 물러나 모두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현재 조직 안팎으로 닥친 혼란과 위기는 법치와 상식이 무너진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누구에게 잘잘못이 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막중한 책무를 짊어진 사무처장으로서 조직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면 임기제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소신은 끝내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저의 미숙과 부족함으로 마음에 불편한 분들이 있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 처장은 "사퇴 시기는 조직에 누가 되지 않도록 국회의 예·결산 업무와 감사원 특별조사, 인사 등 조직 업무가 마무리된 지금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개인적으로 그 기간 이임사를 여러 번 고쳐 쓸 정도로 심적으로 불편한 나날이었지만, 공직은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자리로 생각했기에 사퇴할 때가 올 때까지 제 맡은 소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안 처장은 "지난 수년 동안 권익위는 국민으로부터 차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성과도 함께 거뒀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권익위 성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기사 어때요

 
그는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이 나서고 권익위가 주도한 '공정사회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통해 범정부적인 반부패·공정개혁을 전략적으로 추진한 것은 국가가 반부패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보여준 모범 사례였다고 생각한다"며 "그 결과 우리나라는 국가청렴도(CPI)를 역대 최고 점수와 순위로 끌어 올려 대한민국의 반부패·청렴 수준에 대한 대내·외적인 인식과 평가를 크게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안 처장은 퇴임사 마무리에서 권익위 구성원들에게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맡은 업무에 진정과 정성을 다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우리는 최근 이태원 참사에서 공직자들이 각자 맡은 업무에 진정과 정성을 다하지 아니하면 국민에게 어떤 아픔을 가져다주는지를 분명히 보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처장은 "공직자 한분 한분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길이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보루가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해달라"며 "저는 이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이 되는 퇴직자 신분이 되지만 멀리서 권익위를 항상 응원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