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병원성 세균에 대한 저항성을 떨어뜨려 꿀벌의 치사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노플라스틱은 크기가 1㎛(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中연구팀 서양꿀벌로 실험
꽃가루 영양분 이용 차단
장내 미생물 군집 달라져
장 얇아져 병균에 취약
대조군보다 체중 10% 가까이 적어
꿀벌은 장내 미생물과 숙주의 건강을 연구하는 데 좋은 모델 동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양봉장에서 가져온 10일 된 꿀벌에게 꽃가루와 설탕물, 지름 100nm(나노미터, 100nm=0.1㎛)의 폴리스타이렌 입자를 먹인 결과, 15일 후 꿀벌 체중이 대조군의 91.67%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관찰했다.
지름 1㎛나 10㎛의 미세플라스틱을 먹였을 때는 체중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입자가 큰 미세플라스틱에 비해 입자가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생물이 더 잘 섭취하게 돼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한 꿀벌은 내장 형태도 달라졌다.
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된 내장의 두께가 얇아지고 기저막의 파열 현상도 관찰됐다.
나노플라스틱이 꿀벌 내장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해 기형을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락토바실러스 유산균 비중 감소
직장에는 장내 미생물군(群)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곳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플라스틱이 미생물 군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한 꿀벌은 장내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와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비피더스균)의 상대적 비중이 줄었다.
장내 미생물 유전자 분석 결과, 락토바실러스의 비중은 처음 72%에서 10일째 54.34%로, 비피도박테리움은 12.33%에서 6.35%로 줄었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은 장내 발달 장애와 염증을 유발, 꿀벌의 소화·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이것이 꿀벌의 에너지 결핍과 체중 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발아공은 꽃가루 속의 영양소를 끌어내기 위해 소화효소가 들어가는 곳인데, 나노플라스틱이 붙는 바람에 효소의 작용이 방해받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락토바실러스나 비피도박테리움이 감소한 데는 꽃가루 탄수화물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탓도 있다는 것이다.
면역반응 억제 유전자 발현 증가
385개는 더 많이, 320개는 더 적게 발현됐다.
나노플라스틱 섭취 후 LOC408844 유전자의 발현이 많이 증가했는데, 이 유전자는 꿀벌의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면서 꿀벌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CYP6AQ1 유전자의 발현은 줄었는데, 이는 꿀벌의 해독(解毒) 능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다시 3일 동안 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한 꿀벌을 병원성 세균인 하프니아 알베이(Hafnia alvei)에 노출했다.
그 결과, 치사율이 92%로 대조군의 5배에 이르렀다.
나노플라스틱 없이 병원균에만 노출한 경우와 비교해도 치사율이 50% 더 높았다.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 탓에 내장 벽 두께 줄어 병원성 세균이 다른 조직으로 침입할 기회를 제공했다"며 "손상된 면역 체계는 병원균이 제멋대로 자라는 것을 막지 못했고, 이로 인해 더 취약해진 꿀벌은 더 많이 죽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폴리스타이렌 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된 꿀벌은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워지고, 다른 스트레스의 악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꿀벌은 먹이 채취 활동을 하는 동안 넓은 지역을 오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환경오염 물질까지 채집하게 된다.
환경오염 물질은 꿀이나 프로폴리스, 로열젤리, 왁스 등에 축적되는데,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플라스틱 역시 오염물질로서 꿀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