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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에도 있는 은나노…"먹이사슬로 1000배 축적, 독성 유발"

중앙일보

입력

은나노입자의 주사 전자현미경 사진. [중앙포토]

은나노입자의 주사 전자현미경 사진. [중앙포토]

항균 작용이 있다고 해서 화장품이나 소독제, 식품 포장, 의약품 등에 널리 사용되는 은(銀) 나노물질.
지난 2009년 약 500톤이었던 전 세계 은 나노 입자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해 오는 2025년에는 약 9000톤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은나노입자가 먹이사슬을 거치면서 생물체 몸에 축적돼 상위 포식자에게 독성을 나타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은나노입자가 강과 호수, 바다로 배출될 경우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사람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란 쿠르디스탄 대학 수산학과 연구팀은 최근 먹이사슬을 통해 은나노입자가 축적되는 과정을 분석한 논문을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 국제 저널에 발표했다.

식물플랑크톤-동물플랑크톤-물고기를 거치면서 은나노입자의 물속 농도보다 최고 1000배까지 물고기 체내에 축적됐다는 게 연구 내용이다.

이 연구에는 미세먼지 등 미세입자 계측기를 생산하고 독성 분석을 하는 업체인 한국의 HCTm사의 조미성 대리와 HCT사의 유일제 고문도 참여했다.
국내 참여자들은 은나노입자 등의 농도 분석과 연구를 종합 검토하는 역할을 각각 맡았다.

먹이사슬 영향 연구는 처음

미세조류인 두나리엘라 살리나(Dunaliella salina)의 현미경 사진 [위키피디아]

미세조류인 두나리엘라 살리나(Dunaliella salina)의 현미경 사진 [위키피디아]

먹이사슬을 통해 전달되는 은나노입자의 영향을 조사한 실험. [자료: Science of Total Environment, 2023]

먹이사슬을 통해 전달되는 은나노입자의 영향을 조사한 실험. [자료: Science of Total Environment, 2023]

연구팀은 "은나노입자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으나,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한 생물농축·증폭에 대한 영향을 조사한 연구는 거의 없다"며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생물농축(Bioconcentration)과 생물증폭(Biomagnification)은 먹이사슬을 따라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체내에 유해물질이 축적되고, 주변 환경이나 먹이의 체내 농도가 크게 높아져 건강 피해로 이어진다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일본에서 발생했던 미나마타병, 즉 유기수은(메틸수은)에 오염된 물고기를 먹고 사람들이 중추신경이 마비되고 목숨을 잃었던 수은 중독 사고다.

연구팀은 먹이사슬 연구를 위해 3가지 생물을 사용했다.
식물플랑크톤으로는 지름 15㎛(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정도의 미세조류인 두나리엘라 살리나(Dunaliella salina)를 사용했는데, 소금 농도가 높은 호수에서 광합성을 하는 살아가는 녹조류다.

동물플랑크톤은 길이 10~15㎜의 소형 갑각류 아르테미스 살리나(Artemia salina)를 사용했다. '소금물 새우' 혹은 '씨 멍키(Sea Monkey)'로도 불린다.
건조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구란(耐久卵)을 만들기 때문에 알을 건조해 보존해 두었다가 필요하면 유생으로 부화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물고기는 플랑크톤과 다른 작은 물고기를 포식하는 구피(Poecilia reticulata)를 사용했다.

물고기 몸에는 1000배로 축적 

구피

구피

연구팀은 우선 미세조류를 L당 1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농도의 은 나노입자가 포함된 배양액에서 배양하면서 은나노입자의 흡수 상황을 조사했다.

실험에 사용한 은나노입자는 평균 지름이 8.8nm(나노미터, 1nm=100만분의 1㎜), 최대 지름은 29.1nm였다.

미세조류의 경우 48시간 동안은 체내에 은이 쌓이는 것이 관찰됐으나, 그다음 48시간 동안에는 감소했다.
연구팀은 "배양을 계속함에 따라 미세조류의 밀도가 증가하고, 조류 세포가 세포 밖으로 분비한 고분자 물질이 응집하면서 은나노물질이 세포 내로 들어오는 것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물플랑크톤 유생의 경우 노출한 물속은 농도에 비례해 체내에 더 많은 은이 쌓이는 현상이 관찰됐다.
몸에 은이 쌓인 동물플랑크톤 유생은 장(腸)의 형태가 변형되는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은나노입자에 8시간 노출한 미세조류를 동물플랑크톤에 먹이기도 하고, 그런 미세조류를 6시간 동안 먹은 동물플랑크톤을 다시 물고기에게 6시간 동안 먹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먹이사슬의 각 포식 단계별로 생물농축 지수, 즉 물속의 은 농도와 생물체 내의 은 농도를 비교한 값을 계산했다.
그 결과, 미세조류에서는 물보다 826배, 갑각류에서는 131배, 물고기 구피에서는 1000배 수준에 이르렀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12만 배 확대해서 본 은나노입자. 입자들이 강아지 형태로 뭉쳐져 있는데, 가운데 검은 부분이 은나노입자이고, 주변 밝은 부분은 규소층이다. [위키피디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12만 배 확대해서 본 은나노입자. 입자들이 강아지 형태로 뭉쳐져 있는데, 가운데 검은 부분이 은나노입자이고, 주변 밝은 부분은 규소층이다. [위키피디아]

각 포식 단계별 먹이와 포식자의 은 농도를 비교한 생물증폭지수(biomagnificatin factor)를 계산했을 때는 증폭 현상이 관찰되지는 않았다.

다만, 은나노입자에 노출한 미세조류를 먹은 동물플랑크톤을 먹이로 줬을 때 구피의 간에서는 동물플랑크톤 체내 농도의 2.28배에 이르는 은이 검출됐다.
은나노입자가 포식자의 간이나 장 조직에 주로 쌓일 수 있다는 의미다.

생식독성과 산화스트레스 일으켜

소형 갑각류인 아르테미스 살리나(Artemia salina) 유생의 몸에 은나노입자가 축적된 것을 볼 수 있다(화사표). 맨 아래 줄(E1~E3)에는 유생의 장이 변형된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Science of Total Environment, 2023]

소형 갑각류인 아르테미스 살리나(Artemia salina) 유생의 몸에 은나노입자가 축적된 것을 볼 수 있다(화사표). 맨 아래 줄(E1~E3)에는 유생의 장이 변형된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Science of Total Environment, 2023]

연구팀은 "먹이사슬을 통해 은나노입자가 축적된 동물플랑크톤을 물고기가 먹었을 때, 물고기의 유생 숫자가 크게 줄어드는 생식 독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은나노입자로 인한 물고기 간의 산화 스트레스를 확인하기 위해 초과산화물 불균등화 효소(superoxide dismutase, SOD)와 글루타싸이온 퍼옥시다제(glutathione peroxidase, GPx) 등 항산화 효소의 활성을 분석한 결과, 모두 현저히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먹이사슬을 통해 은나노입자에 노출된 물고기에서는 산화 스트레스와 생식 독성이 모두 나타났다"며 "은나노입자가 먹이사슬을 따라 이전되면서 해로운 영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나노물질 사용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됨에 따라 국내외에서는 안전성 평가를 통해 나노물질을 규제·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나노물질의 소재별 특성을 파악하고 표준화된 안전성 평가 방법 마련을 위해 국제표준시험법 관련 기술 지침서 등의 제작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립환경과학원을 중심으로 나노물질 평가 시험법을 확립하려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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