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전국민 90% 이상의 일상을 파고든 시대, 디지털 범죄의 공포를 보여주는 영화들이 잇따라 주목받고 있다. 천우희‧임시완 주연의 범죄 스릴러 ‘스마트폰을…’이 출시 사흘째인 19일 넷플릭스 세계 2위(영화 부문, 플릭스패트롤 20일 집계 기준)를 차지한 데 이어 다니엘 헤니가 FBI 수사관으로 출연한 미국 영화 ‘서치 2’가 22일 개봉한다.
아빠가 SNS를 이용해 실종된 10대 딸을 찾는 과정을 컴퓨터 화면 이미지 만으로 구성해 흥행에 성공한 ‘서치’(2018)의 속편이다. 이번에는 10대 딸이 해외 여행지에서 실종된 엄마를 미국의 집 거실에서 디지털 정보를 총동원해 찾아 나선다. 지난달 개봉한 북미에선 한달 내내 흥행 10위권에 들면서 전편을 앞지른 2996만 달러(약 38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영화 모두 점점 심각해지는 디지털 범죄 등 최첨단·초연결 사회의 그늘을 섬뜩하게 보여주며, 보는 이들에게 '내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공포감을 준다.
세계 2위 '스마트폰을…' 외신 "주인공 너무 순진하다"
“새로움이 없다”(뉴욕타임스) “첨단 통신 기술 국가인 한국에서 자란 나미가 범인을 너무 순진하게 믿는다”(와이어드 이탈리아판) 등 사건 전개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비평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 언론‧평단 신선도는 67%에 그쳤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당장 스마트폰을 끄고 싶어질 만큼 현실 공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은 통했다는 평가다.
특히 범인(임시완)이 나미의 스마트폰에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을 깔아 폰 렌즈를 감시카메라처럼 쓰며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상황이 소름 끼친다. 나미가 회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쓰던 SNS 계정을 범인이 도용, 악평을 올려 회사가 도산 지경에 이르는 것도 바이럴 광고 영향력이 커진 요즘 더욱 있을 법한 일로 느껴진다.
콜롬비아서 실종된 엄마, Z세대 딸의 인터넷 추적기
노트북‧스마트폰‧스마트워치‧CCTV 등 준이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 화면으로 스크린을 꽉 채운 덕에 그의 추적 과정을 어깨 너머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화면 구성은 1편에서 호응을 얻은 편집 방식을 계승한 것이다. 1편 편집 감독이었던 니콜라스 D 존슨, 윌 메릭이 2편 연출까지 맡았다.
준은 엄마가 묵은 콜롬비아 호텔 입구와 현지 관광지 CCTV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엄마와 애인의 동선을 확인한다. 엄마의 인터넷 계정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데이트앱 채팅 기록을 통해 애인과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캐낸다. 의심했던 인물이 뜻밖의 정체를 드러내고, 또 다른 과거가 드러나며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다. 집 현관에 움직임이 감지될 때마다 노트북에 뜨는 보안 카메라 창이 수시로 긴장감을 더한다.
'서치 2' 각본가 "이런 게 가능하냐고? 구글서 배웠죠"
주인공이 부모 세대였던 1편과 달리, 2편에선 10대 주인공이 훨씬 많은 앱을 더 능숙하게 사용한다. 그리고 준과 같은 Z세대가 조작된 디지털 정보를 액면 그대로 믿을 경우 위험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담아낸다. ‘스마트폰을…’은 한국사회를 충격에 빠지게 했던 N번방 사건도 직접 언급한다.
"스마트폰은 사회적 자아…정보기관 음모론에서 개인 범죄로"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스마트폰이 사회적 존재로서 한 개인을 대체할 만한 분신이 되면서 일상의 공포를 자극하는 스릴러 소재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에너미 오브 스테이츠’ ‘컨스피러시’ 등 과거 음모론 영화들이 거대 권력에 의해 한 개인이 추적당하고 파멸되는 위협을 그렸다면 최근의 스마트폰 소재 영화들은 개인이 그런 위협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통제하려 해도 끝없이 복제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많이 다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