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에 따르면 K팝 음원 해외 유통 및 홍보 전문기업 DFSB 콜렉티브(DFSB Kollective) 임원 버니 조는 하이브와 SM의 만남을 “원투 펀치”라고 표현했다. 그는 “K팝 역사상 내가 들은 소식 중 가장 큰 파급력을 일으킬 것”이라며 “빅3 주요 레코드 레이블인 소니, 유니버설, 워너 뮤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BTS의 성장에 힙입어 가파르게 몸집을 불려 온 하이브는 SM을 통해 부족했던 K팝 유산(遺産)을 확보할 수 있다. SM의 28년은 한류의 역사와 같다. 1990년대 H.O.T.로 시작해 2000년대 보아·동방신기가 일본에 진출하며 K팝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소녀시대·샤이니·엑소·NCT 등 굵직한 그룹들이 이어졌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하이브는 이미 규모로서 3대 기획사를 넘어선 지 한참 됐지만 대중의 인식 속에선 3대 혹은 4대 기획사 중 하나였다”며 “이번 거래에서 하이브의 가장 큰 성과는 SM을 세운 이수만 프로듀서로부터 요청을 받았다는 ‘명분’과 SM으로부터 시작된 K팝의 흐름에 편입하게 된 ‘역사’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브는 BTS를 발굴해 K팝을 세계 정상급으로 올려놓은 경험이 있다. 이후 다양한 레이블을 통해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뉴진스·르세라핌 등 인기 그룹 라인업을 탄탄히 갖춰 왔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3~4년 전 SM이 북미 등 해외 시장을 뚫으려 할 때 ‘당신네가 코리아 넘버 투인가. 그럼 같이하면 되겠네’ 하면서 일하기 편했다고 하더라”면서 “하이브는 이미 BTS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이 깔렸기 때문에 SM의 IP를 태워 보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카카오 입장에선 아티스트 풀 확장과 오랜 염원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의 의미에서 SM이 꼭 필요하다. SM의 1, 2세대 아이돌IP까지 확보한다면 빈약했던 K팝 아티스트IP가 풍성해지고 카카오가 보유한 웹툰·공연 등 사업과의 연계도 활발해질 수 있다. 카카오는 아직 추가 지분 매입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프로듀서 개인이나 일부 경영인들로 인해 시장이나 기업이 흔들리는 상황을 우려한다. 김진우 위원은 “일본은 아티스트(가수)가 중심이 되지만, 한국은 SM 이수만, JYP 박진영, YG 양현석, 하이브 방시혁 등 카리스마 있는 프로듀서가 회사를 끌고 간다”면서 “이 때문에 고속 성장은 가능했지만, 장기적으로 음악 시장이 선진화되려면 프로듀서 한 명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작가 평론가는 “이번 거래는 SM보다는 이수만, 하이브보다는 방시혁에게 이익이 있는 것”이라면서 “거대 기획사의 탄생으로 안 그래도 힘든 중소 기획사, 인디음악계, 1990년대 가수들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