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장관직을 하지 않으셨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랬을 것이다. 만약 조 전 장관이 후보자 시절 조민씨의 논문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때 장관직을 던졌다면 가족과 지인이 겪은 고통은 크게 줄었으리라. 공소시효 때문에 검찰이 수사가 미진한 상태에서 서둘러 기소했을 때만이라도 내려왔다면 수사 강도는 약해졌을 거다.
부친 실형 선고 날 딸 조민 발언
“장관 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
조 전 장관이 상식에 맞게 처신했다면 검찰 수사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언론의 관심에서조차 멀어졌으리란 사실은 윤석열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자녀 입시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진 직후 사퇴한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 사례가 말해준다.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 언론은 정 전 원장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지만, 사퇴 이후엔 관심이 사라져 지난달 경찰이 자녀의 의대 편입 특혜 의혹을 무혐의로 결론 내고 농지법 위반 혐의만 검찰에 송치한 사실은 별로 조명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조 전 장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면 현 정부에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야당의 타깃이 됐다. 두 장관 모두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축제를 구경하러 온 젊은이들이 길에서 대거 숨지는 초유의 사태는 야당이 주장한 ‘내각 총사퇴’까진 아닐지언정 국무총리가 물러나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비극이다. 희생자 49재나 참사 100일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이 장관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참사 직후 윤 대통령은 경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1만자 넘는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공개했다. 예정된 행사인 데다 사고 현장 인근에 파출소가 있고 112 신고가 낮부터 이어진 점을 고려할 때 경찰에 대대적인 문책 인사가 단행되리란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서울 용산경찰서장에게만 지휘 책임을 묻고 말았다.
이 장관이 밀어붙인 행안부 경찰국 신설이 일을 더 꼬이게 했다. 민주화 흐름 속에 폐지한 행안부의 경찰 통제 조직을 31년 만에 부활하는 조치는 경찰 내부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이 와중에 이태원 참사가 터졌다. 경찰 통제를 위해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했는데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참사가 발생했으니 장관의 부담이 커졌다. “경찰 지휘 권한이 없다”는 그의 해명은 군색하게 비쳤다.
참사 이후 100일이 지나도록 이 장관과 경찰 수뇌부는 “오늘은 물러나려나”하는 시선을 견뎌왔다. 사퇴를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는 많다. 야당과 언론에 밀리는 모양새가 싫어서 버틴다는 인상이 짙다. 그럴수록 당사자의 입지는 쪼그라든다.
국무위원의 막중한 책임 환기
야당의 장관 탄핵소추는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런 무리수에 야 3당이 힘을 합친 이유는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책임자들이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조화를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 관련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이 어제 시작됐다. 9년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재판은 그제 2심이 끝났다. 조 전 장관은 지난주 1심 판결을 받았다. 법적 책임 판단에 걸리는 시간은 인내를 요구하기엔 너무 길다. 장관은 법적 책임 뒤로 피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