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강주안의 시선

출입문 통과용 마스크 규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강주안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주안 논설위원

강주안 논설위원

방역 당국이 마스크 의무 착용을 사수했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반기를 들고 ‘윤핵관 맏형’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가세해도 보건 당국은 마스크 통제권을 놓지 않았다. 세계 흐름과 엇나가면서 정부가 고수해온 이 강제 조항은 그러나 음식 앞에서 무기력하다.

‘눈가리고 아웅’식 실내 의무착용  

지난 27일 정오 무렵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 들어갔더니 손님이 두 팀 보인다. 모두 11명인 이들 중 마스크를 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음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마스크를 낀 채로 음식점에 들어와선 자리에 앉자마자 마스크를 벗는다. 마스크 의무는 식당 출입문을 통과하는 순간만 작동하는 ‘대국민 정신교육’에 불과하다. 식사를 마치고 인근 카페에 가보니 거기에도 마스크를 낀 사람이 드물다. 대형 카페에선 "음식을 먹은 뒤엔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안내 멘트가 나오지만 마이동풍이다.

‘눈가리고 아웅’식 실내 의무착용 #복잡한 수치 나열하면 과학방역? #통제발상 버리고 세계 추세 봐야

 극장도 비슷하다. 팝콘 하나 사면 그만이다. 음료수 컵을 쥐면 영화 보는 내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마스크 좀 쓴다고 어디 병나냐고 핀잔할지 모르지만 정말로 병난다. "마스크 착용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넘어서 저산소증, 고탄산혈증, 알레르기 비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진식 ‘코로나19 위험인식이 위험통제와 공포통제 의도에 미치는 영향’) 어떤 사람에겐 보호막인 마스크가 다른 누군가에겐 질병 유발자다. 유권자 심기에 예민한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뿐 아니라 감염병 전문가 사이에서까지 권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지난 27일 밤(현지 시간) 뉴욕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관객석에 마스크 착용은 자율에 맡긴다는 안내가 떠 있다. 이날 좌석은 꽉 찼으며 일부 관객만 마스크를 쓴 채 오페라를 관람했다. [독자 제공]

지난 27일 밤(현지 시간) 뉴욕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관객석에 마스크 착용은 자율에 맡긴다는 안내가 떠 있다. 이날 좌석은 꽉 찼으며 일부 관객만 마스크를 쓴 채 오페라를 관람했다. [독자 제공]

 윤석열 정부의 코로나 대응은 ‘과학 방역’을 표방한다. 그래서일까. 마스크 해제 요구가 분출하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여러 개의 수식을 내밀었다. ▶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동원 가능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고령자 동절기 추가접종률 50% 이상 ▶감염취약시설 동절기 추가접종률 60% 이상 등등 난해한 변수가 출제됐다.

복잡한 수치 나열하면 과학방역?

복잡한 수치의 나열이 ‘과학 방역’의 징표라면 문재인 정부의 과학을 따라가기 어렵다. 세계 언론의 해외토픽감이 된 ‘120 bpm’ 규제가 대표적이다. 사람의 심장 박동 및 호흡과 체육시설의 음악 템포를 함수로 엮은 기상천외한 규제는 ‘BTS는 되고 블랙핑크는 안 된다’는 제목을 달고 코로나로 우울감에 빠진 지구촌에 잠시나마 웃음을 선사했다. ‘4×10〈5×1’이라는 새로운 수학 명제도 내놨다. 네 명씩 열 테이블은 안전해도 다섯 명이 한 테이블에 앉으면 코로나에 걸린다는 가설이다.

 올 초 윤석열 대선후보가 방역 패스 폐지를 공약하자 지난 정부는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허겁지겁 패스를 중단했다. 백신 미접종자라는 이유로 마트조차 못 가게 해놓고 QR코드 같은 첨단 과학을 포기하다니….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국민을 가둬두면 어떻든 전파가 덜 되지 않겠느냐는 ‘K방역’의 셈법은 일일 확진자 수 세계 1위라는 불명예로 귀결됐다.
 우격다짐으로 강요한 방역이 얼마나 처참한 결과로 돌아오는지는 이웃 나라가 말해준다. 무고한 시민을 가택 연금 상태로 내몬 중국의 보건 당국은, 자국민의 슬픈 얼굴이 각국 언론을 장식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백지 시위에 ‘제로 코로나 정책’이 무너진 뒤엔 확진자 폭증으로 연일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의 1면을 채운다. 대조적으로 대다수 선진국은 더는 마스크를 강요하지 않는다. 미국에 체류 중인 한 벤처 기업인은 "27일 밤 뉴욕의 오페라 관람을 예약하니 ‘마스크는 자율(optional)’이라는 안내가 뜨더라"고 말했다.

통제발상 버리고 세계 추세 봐야

 국밥집 의자에 앉자마자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 면전에 각종 지표를 들이미는 방역은 공허하다. ‘과학’을 내걸고 ‘통제’에 골몰한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닐까. 지난 9월 실외 규제가 풀린 이후에도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마스크가 도움된다고 믿는 사람은 규제를 불문하고 착용한다.
 만 3년을 코로나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은 각자의 생존법을 터득했다. 최근 의사들 사이에서 "대기업 직원과 학생만 코로나에 걸린다"는 말이 회자했다. 양성이 나와도 집에서 부담 없이 지내는 사람은 확진 판정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확진이 피해로 직결되는 자영업자 등은 어떻게든 양성을 피하려 한다는 얘기다. BN.1 등 거듭된 변이로 진단 키트 성능에 편차가 생기면서 음성이 잘 나오는 제품명이 공유된다. 백신 수요가 급감해 네이버와 카카오 예약을 곧 중단한다. 이런 시점에도 마스크 규제에 매달리는 방역이 추구하는 건 과학인가 통제인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