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위스키 브랜드의 모델이 부쩍 젊어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셔 일명 ‘각하 술’로 불렸던 시바스 리갈은 블랙핑크 리사가, 그동안 정우성 등 묵직한 배우가 모델을 했던 발렌타인은 주지훈과 가수 민호가 얼굴로 나섰다. 로컬 대표 위스키 브랜드로 불리는 윈저의 모델로는 배우 류준열이 발탁됐다.
모델만 젊어진 것이 아니라 마시는 사람들도 젊어졌다. 40·50대 기성세대들이 주로 유흥 혹은 접대를 위해 밖에서 마셨던 술이, 20·30대가 집에서 즐기는 술로 바뀌었다. 주류 업계에서는 가정용 위스키 소비가 기존 20%에서 최근 40%까지 확대됐다고 본다.
술집 문 닫았는데, 수입량 외려 늘어
마트·편의점 등 주요 가정용 위스키 유통처에서 판매 신장률 변화폭도 상당하다. 이마트의 위스키 신장률은 2021년에 전년 대비 45.7%, 지난해 20%를 기록했다. 편의점 CU의 양주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지난 2019년 10.7%에서, 2021년 99%, 지난해 49.5%였다. 특히 20·30대의 매출 비중이 높은데, 지난해 편의점에서 양주를 구매해 간 30대는 전체 연령 중 38%로 1위, 20대가 25.3%로 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6~7일 이틀간 진행됐던 이마트의 위스키 판매 행사에는 이례적 ‘오픈런’이 생기기도 했다. 이마트 주류 상품기획자(MD)가 약 6개월간 여러 수입처에서 끌어모은 발베니·맥켈란 등 인기 위스키 7종을 약 1만 병 확보한 행사로 일부 매장에는 오픈 시간 전부터 수백 명의 줄이 늘어섰다.
마트 황금 매대에 위스키 등장
꽂히면 판다, ‘디깅(digging) 문화’ 배경
이는 위스키라는 술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고 알아가기 위해 마신다는 얘기다. 이른바 ‘디깅(digging·파다) 소비’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책 『트렌드 코리아 2020』에 등장한 키워드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를 말한다. 좋아하는 위스키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고 희귀 위스키를 사고파는 ‘위스키 리셀’이 생겨나는 이유다.
‘위스키 클래스’ 등 삼삼오오 모여 위스키를 공부하고 마시는 모임도 느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겨울학기에 진행한 ‘호텔 바에서 즐기는 위스키 클래스’는 선착순 20명 정원이 모집 사흘 만에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위스키 클래스에 대한 호응이 높아지면서 올 봄학기에는 관련 클래스를 늘렸다.
김웅 롯데마트 주류팀장은 “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20·30대 중심으로 남과 다른 차별화한 주류 상품을 찾기 시작했고, 위스키가 급부상했다”며 “마니아들은 증류소 특유의 개성을 살린 싱글몰트 위스키로, 대중들은 독주보다는 하이볼 형태로 섞어 마시는 식으로 다양한 위스키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