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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근무 빅뱅" 예상 틀렸다…집·카페서 일해본 그들의 반전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집 나갔던’ 직원들이 제자리로 복귀하고 있다. 이른바 ‘사무실로의 귀환(Back to Office)’ 현상이다. 한편으론 팬데믹 기간 활발했던 ‘일하는 환경’ 논의에 불을 붙였다는 의견도 많다.

2일, 사무 환경 전문 기업 퍼시스가 2022년 한국 오피스 주요 동향과 사무 환경 변화의 방향성을 조망하는 ‘대한민국 오피스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했다. 사무실 트렌드 변화를 짚고 국내 직장인 설문조사를 통해 도출한 분석을 담았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10월 19~26일 설문조사 전문 업체 오픈서베이를 통해 전국 주 1회 이상 출근하는 전업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무실로의 귀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israel andrade by 언스플래시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무실로의 귀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israel andrade by 언스플래시

빠르게 사무실 복귀, 88.5%가 주 5일 출근

퍼시스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사무실 트렌드는 거시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격 근무에 대한 인식이다. 팬데믹 3년 동안 다양한 근무 제도가 시험대에 오르면서 사무실 밖에서 일하는 원격 근무가 보편화했다.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뿐 아니라 여행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일과 휴가의 합성 조어)’도 등장했을 정도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이런 변화는 계속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리포트 2023’에서도 ‘오피스 빅뱅’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직장 문화가 ‘빅뱅(우주 대 폭발)’ 수준으로 변할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조사 결과 한국의 직장인들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었다. 원격 근무 비율은 2020년 24.4%에서 2021년 32.7%로 확대됐고, 지난해 다시 23.5%로 줄어들었다. 주 5일 이상 사무실 출근도 늘어, 2021년 83.1%에서 지난해 88.5%로 확대했다.

원격근무 운영 비율은 2022년 23.5%로 줄어들었다. 사진 퍼시스

원격근무 운영 비율은 2022년 23.5%로 줄어들었다. 사진 퍼시스

희망 출근일 수는 2.76일

다만 직원들과 기업의 입장차도 존재했다. 2021년에서 2022년이 되면서 직원들의 실제 오피스 출근일 수는 주 4.70일에서 주 4.77일로 늘어났지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희망 출근 일수는 주 2.90일에서 주 2.76일로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더 커진 셈이다. 퍼시스 사무 환경팀은 “원격 근무의 장점을 경험해본 직원들이 원격 근무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실내 마스크 규정이 대폭 완화하는 등 본격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다시 직원들을 사무실로 부르고 있다. SK텔레콤은 2월부터 ‘워크프롬애니웨어 2.0’ 체제로 전환, 그동안 제한 없이 하던 재택근무를 주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게임 업체도 지난해 6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재개했다.

기업과 직원 간 입장 차 때문에 갈등도 불거지는 모양새다. 3월부터 재택근무제 폐지를 발표한 카카오에서는 일방적인 근무형태 변화에 반발하는 본사 직원 절반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하기엔 ‘사무실’이 최고  

또한 팬데믹은 근무 장소를 오피스 밖으로 확장하는 기폭제가 됐지만, 집이나 카페 등 새로운 근무 장소를 경험한 후 직원들은 오히려 일하기 좋은 장소로 ‘사무실’을 지목했다. 이제 막 경제 활동을 시작해 오프라인 사무실에 대한 경험치가 비교적 부족한 Z세대의 경우 사무실과 집의 선호도가 거의 비슷했지만, 다른 모든 세대에서는 조사원의 과반수가 집보다 사무실에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다양한 업무 공간을 경험했던 직장인들은 일하기 좋은 장소로 '사무실'을 꼽았다. 사진 퍼시스

코로나19 기간 동안 다양한 업무 공간을 경험했던 직장인들은 일하기 좋은 장소로 '사무실'을 꼽았다. 사진 퍼시스

실제로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도,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원격 근무지’ 도입은 팬데믹 이후 자리 잡은 또 하나의 변화다. 재택근무와 사무실의 장점을 합친 이른바 ‘하이브리드’ 근무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딜라이트’로 명명된 사내외 유연 근무 오피스를 마련했고, 현대자동차도 2021년 6월 거점 오피스 ‘에이치 워크 스테이션’을 열고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집중 업무 공간’ 필요

각자의 공간에서 다시 동료들이 북적이는 사무실로 복귀했지만,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환경도 이전과는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확산한 선택 좌석제(17.6%)보다는 고정 좌석제(82.3%)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동시에 오피스 내 공간을 자유롭게 골라 사용할 수 있는 직원일수록 업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내 공간’이 보장된 상태에서 ‘다른 공간’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무실을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직장인들은 고정좌석제를 선호하면서도, 공간 선택의 자유를 원했다. 사진 퍼시스

직장인들은 고정좌석제를 선호하면서도, 공간 선택의 자유를 원했다. 사진 퍼시스

팬데믹 이전의 사무실이 시선과 대화가 쉽게 오가도록 벽을 허물었다면, 엔데믹 이후의 오피스는 내 자리를 집중 업무 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경향도 나타났다. 개인 업무 공간의 좌석 구획 정도를 물었을 때 2020년에 ‘구획 없음’으로 대답한 응답자가 26.2%에서 2022년 13%로 줄었고, 반면 ‘3면 구획’은 2020년 25.6%에서 2022년 37.7%로 늘었다. 감염을 막기 위해 높였던 칸막이(구획)가 집에서처럼 몰입 환경을 높여주는 장치로 변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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