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년된 고성은 가루가 됐고, 유네스코 유산은 쩍쩍 갈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3.02.07 16:38

수정 2023.02.0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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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은 2000여 년 역사의 유적도 파괴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튀르키예 남부 유적지이자 관광 명소인 가지안테프 성(城)이 크게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이 성은 현존 도시 중 거주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으로 꼽히는 가지안테프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튀르키예 전역에서 가장 잘 보존된 성곽 중 하나로 꼽혀왔다. 

SNS에는 가지안테프 성의 지진 전(왼쪽)과 후(오른쪽)를 비교한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트위터 캡처

전날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가지안테프 성의 동쪽과 남쪽, 남동쪽의 보루 일부가 지진으로 파괴됐다"며 "일부 보루에는 큰 균열이 확인됐고 비탈에 세워진 성을 받치던 옹벽도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성 주변 보도에는 무너진 성의 철책 잔해가 굴러다닐 정도로 피해가 컸다. 
 
가지안테프 성 일부는 고대 히타이트(BC 1600~ BC 1178년경) 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건물들은 2~3세기 로마인들이 지었다. 이후 비잔티움(동로마) 제국의 유스타아누스 1세 때 확장됐다. 
 
성 인근에 있는 시르바니 모스크의 돔과 동쪽 벽도 일부 무너졌다. 이 성은 17세기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의 북쪽 말라티아에 자리한 19세기 건축물 예니 모스크도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과거 가지안테프는 동서양을 잇는 요충지이자 실크로드가 지났던 곳이다. 히타이트·아시리아·페르시아·로마·비잔틴 등 여러 제국·왕조의 지배를 받아,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 유적이 다수 남아있다.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성의 지진 전(윗쪽)과 후(아래쪽) 사진. 사진 트위터 캡처

시리아 국가유산박물관국(DGAM)은 이날 알레포 성채 등 중요 문화유산이 지진으로 다수 파괴됐다고 전했다. 알레포 성채는 13세기에 지어진 전략적 요충지로, 궁과 군사시설·종교사원 등을 갖춰 하나의 도시와 같은 기능을 하던 역사 유적이다. 
 
이번 지진 여파로 알레포 성채 내 오스만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북동부 방어벽 곳곳이 갈라졌다. 또 모스크의 등대 돔 일부, 성채 정문 등이 파손됐다. 

지진 전의 알레포 성채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알레포 성채는 시리아 서북부 도시 알레포의 중심가 언덕에 있는 거대한 요새다. 2011년 발발한 내전으로 여러 차례 훼손됐고 2015년엔 전쟁으로 인한 폭발로 성채 벽 일부가 붕괴하기도 했다. 복구를 거쳐 2018년 관광객에 재개방된 지 5년 만에 지진으로 다시 파괴됐다.
 
알레포는 시리아 제2의 도시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도시로 알려졌다. 구도심 전체가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시리아 내전으로 이미 60%가 파괴된 알레포 구도심 지역 민가는 이번 지진으로 또다시 붕괴했다. 알레포 국립박물관은 벽면에 금이 가고 전시 모형이 일부 부서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알레포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하마 지역에서도 이맘 이스마일 모스크의 벽이 무너지거나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 시리아 북서부 바니야스 외곽에서는 11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요새였던 알마르캅 성에서 석재가 떨어져 나가는 등 피해를 보았다. 

6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시리아의 알레포 성채가 훼손된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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