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사전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전설적인 남자’, ‘러시아 정보국이 사냥하는 단 한 사람.’
부다노프 국장의 지명은 현 올렉시 레즈니코우(57) 국방부 장관이 사실상 경질되면서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아라하미야 원내대표는 “전쟁은 인사 정책을 좌우한다”며 “전시 (국방부와 같은) 우크라이나의 군사 기관은 정치인이 아닌 국방·안보 배경을 가진 사람이 이끌어야 한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국방장관 최측근, 부패 연루
새 장관으로 지목된 부다노프 국장은 정보장교 출신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020년 8월 군사정보국장으로 임명했는데, 당시 그는 34세(1986년 1월생)에 불과했다. 그가 정식으로 입각하면 1991년생(31세)인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 혁신부 부총리 겸 장관에 이어 30대 장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러시아 전면 침공 정확히 예견”
시시각각 바뀌는 전장 상황에 대한 정보 판단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 그를 조명한 기사에서 “부다노프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 지도부 가운데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전쟁 몇 달 전부터 정확하게 예견한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부다노프 국장은 ‘2월 24일 오전 4시’라는 시간까지 특정해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주장했다고 한다. 당시 정보보고서에는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진격하는 북부 루트를 포함해 세 갈래 침공 가능성까지 담겨 있었다. 실제 러시아군은 이날 오전 5시 동부 돈바스, 벨라루스 접경의 체르니히우, 크림반도 등에서 동시에 진격했다.
그러나 침공 전날까지 우크라이나 군 지도부는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때처럼 러시아가 동부 일부 지역에 국한해 공격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고 한다. 부다노프 국장은 러시아군의 침공 전날 사무실에서 아내와 밤을 새면서 “내 보고대로 전쟁이 터지지 않으면 경질될 것 같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정말 이상한 말이지만, 당시에 나는 침공이 일어나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입장이었다”고 WP에 말했다.
“크림반도 점령 방치한 건 실수”
전쟁 초반 러시아의 이중간첩으로 몰려 우크라이나 당국에 사살된 정보원이 “실은 러시아 침공과 관련해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인물”이라고 밝힌 것도 부다노프 국장이었다. 은행가 데니스 키레예프는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의 정보원으로 활동했지만,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의 또다른 정보기관인 국가보안국에 의해 "러시아 측과 내통했다"는 간첩 혐의로 총살당했다.
이 사건은 자칫 우크라이나 안보 부서 간 정보 공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노출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도 부다노프 국장은 공개적으로 키레예프의 명예 회복에 앞장선 것이다. 그는 “키레예프는 진정한 애국자”라며 “그가 러시아 고위급과 연이 닿은 덕분에 구체적인 러시아 침공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키이우를 지켜내지 못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레예프에게 사후 훈장을 수여하고 국민영웅으로 추대했다.
"푸틴, 핵 못 써…여름까지 크림 재탈환"
부다노프 국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공격 위협에 대해선 “러시아도 완전한 바보는 아니다”며 “단순히 군사적 패배가 아니라 러시아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핵 공격을 감행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푸틴의 강경 발언은 “일종의 공포 전술(a scare tactic)”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