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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악수' 서두른 노영민의 팔 잡았다…中늑대외교 선봉장 [후후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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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프로농구(NBA) 워싱턴 위저드와 올랜도 매직스 경기장 전광판에 깜짝 등장해 설 인사를 하고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쳐

지난 21일(현지시간)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프로농구(NBA) 워싱턴 위저드와 올랜도 매직스 경기장 전광판에 깜짝 등장해 설 인사를 하고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쳐

“중국과 미국 국민 모두 토끼해를 맞아 풍요롭고 밝은 앞날을 기원합니다.”
음력 설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프로농구(NBA) 워싱턴 위저드와 올랜도 매직스 경기장 전광판 영상에 친강(秦剛·57) 중국 외교부장이 등장했다. 친강 부장은 이날 중간 광고를 이용해 온화한 미소와 능숙한 영어로 설 인사를 전했다. 지난 1979년 미·중 수교 직후 중국을 처음 방문했던 NBA 워싱턴 위저드(당시 워싱턴 불릿츠) 경기를 콕 집어 미·중의 오랜 인연을 상기시켰다.

친 부장의 ‘변신’에 미국 언론이 이를 잇따라 보도하며 주목했다. 지난 2019년 NBA 휴스턴 로키츠 단장이 트위터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중국중앙방송(CC-TV)이 NBA 중계를 중단하고, 중국 스폰서 기업들이 NBA와 협력 관계를 끊었던 3년전의 분위기를 일신한 효과 때문이다. 중국의 전통적인 ‘늑대전사(戰狼·전랑) 외교’에 ‘미소 외교’를 덧입히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중국의 12대 외교부장에 오른 친강 부장은 1월 30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주미 중국 대사로 근무하던 지난해 12월 30일 워싱턴DC에서 외교부장에 취임한 친 부장은 사흘 만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하며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5일 친강(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사메흐 쇼우크리 이집트 외교부장(오른쪽)과 회담하고 있다. 30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은 친강 부장은 한 달만에 6개국을 순방하고 10개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나눴다. AP=연합뉴스

지난 15일 친강(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사메흐 쇼우크리 이집트 외교부장(오른쪽)과 회담하고 있다. 30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은 친강 부장은 한 달만에 6개국을 순방하고 10개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나눴다. AP=연합뉴스

지금까지 친 부장이 전화 통화한 외교장관은 총 10명이다. 미국(2일)→러시아(9일)→파키스탄(9일)→한국(9일)→몽골(17일)→말레이시아(17일)→우즈베키스탄(19일)→이란(19일)→인도네시아(20일)→아프가니스탄(21일) 순이다. 미국과 러시아를 빼면 모두 아시아 인접 국가라는 공통점이 보인다. 한국과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네 번째 통화를 기록했지만 다음 날 입국 방역을 둘러싸고 중국 측이 비자 보복을 단행하면서 빛이 바랬다.

친 부장은 부임 한 달 만에 6개국을 방문했다. 지난 10일 방글라데시를 경유해 에티오피아(11일)→가봉(12일)→앙골라(13일)→베냉(14일)→이집트(16일)까지 아프리카 5개국을 순방했다. 1991년부터 외교부장 새해 첫 순방을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중국 외교의 33년 관행을 이어갔다. 이른바 ‘채무외교’라는 딱지를 붙여 중국의 아프리카 장악을 견제하려는 미국에 맞서 집토끼 지키기로 외교부장 업무를 시작한 셈이다.

친 부장의 첫 국장급 인사도 화제였다. 지난 9일 거친 입과 막말로 중국 전랑외교를 상징했던 자오리젠(趙立堅·51) 대변인을 국경 및 해양사무 부국장으로 전보 조처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도 중국의 공격형 외교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왔다.

하지만 기대는 곧 깨졌다. 한국과 일본을 꼭 집어 중국발 입국자의 방역 강화를 이유로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다. 친 부장 본인이 에티오피아 순방 중 홍콩 매체 기자에게 “한국과 일본이 중국 국민에게 차별적이고 과학적이지 않은 과분한 조치를 취했다”며 “중국은 반응을 취한 이유가 있다”며 이 같은 조치를 두둔했다.

친 부장의 ‘늑대 전사’ 색채는 연설에서도 여전했다. 지난 20일 주러시아·남아공·호주·우크라이나·필리핀·이라크·제네바 등 일부 해외 중국대사관 직원을 화상 연결한 모임에서 친 부장은 “신시대의 외교전사는 투쟁에 과감하고, 희생에 과감하며, 행동에 능해야 한다(敢于鬪爭 敢于奉獻 善于作爲·감우투쟁 감우봉헌 선우작위)”는 12자 지침을 제시했다. 같은 날 주중 외교사절단에게 보낸 화상 설 인사에서도 “개별 국가가 기회를 틈타 대대적으로 패권·패도·왕따 행위를 펼치고, 이데올로기 대립과 진영 대항을 선동하면서 세계가 분열과 충돌의 벼랑을 향하고 있다”며 다소 과격한 발언도 거침없이 내놨다.

지난 11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중국의 지원으로 설립된 아프리카 질병통제 및 예방 센터 개막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중국의 지원으로 설립된 아프리카 질병통제 및 예방 센터 개막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왕이 부장이 11년 걸린 국무위원 석 달 만에 예약

“외교 의전은 정치의 체현이자 나라와 나라 관계의 바로미터”라는 신조로 무장한 친강 부장은 지난 2014년부터 외교부 의전국장[禮賓司長]을 맡아 중국 외교 의전을 개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자금성 ‘황제 외교’도 사실상 그의 작품이다. 지난 2018년 3월 12일 정의용 당시 문재인 대통령 특사의 시진핑 주석 접견장에선 시 주석과 악수를 서두르던 노영민 당시 주중대사의 팔목을 뒤에서 살짝 잡는 모습이 포착됐다. 시 주석 의전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그의 원칙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지난 2018년 3월 1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청에서 정의용 대통령 특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사이 앞서 나가는 노영민 당시 주중 대사를 친강 당시 의전국장이 저지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지난 2018년 3월 1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청에서 정의용 대통령 특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사이 앞서 나가는 노영민 당시 주중 대사를 친강 당시 의전국장이 저지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의전으로 시진핑 주석의 신뢰를 거머쥔 친 부장은 초고속 국무위원 승진을 예약했다. 지난 15일 폐막한 톈진(天津) 인민대표대회에서 친 부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로 선출됐다. 일반 국무원 장관급이 옵서버로 전인대에 참석하는 것과 달리 부총리급 국가지도자 의전을 받는 국무위원은 지역에서 선출된 뒤 전인대의 정식 대표로 출석한다. 오는 3월 양회에서 외교부장은 물론 국무위원까지 단번에 임명될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장관급 승진 석 달 만에 국무위원 승진은 의외라는 평가다. 시 주석의 신뢰가 두터웠던 전임자 왕이(王毅·70) 정치국 위원조차 11년차에 안착한 코스다. 왕 위원은 지난 2008년 장관급인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에 임명된 이후 2018년에야 푸젠(福建) 전인대 대표로 국무위원에 선출된 바 있다.

국무위원 승진으로 친 부장은 시 주석의 옆자리 배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난 9일 열린 시 주석과 밀로스 제만 체코 대통령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친 부장은 디귿자 옆 테이블에 배석했다. 정치국 위원인 왕이, 허리펑(何立峰·68)과 달리 시 주석 옆자리에 배석하지 못한 모습이 CC-TV 메인뉴스에 비쳤다.

지난 2017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 부부가 중국 국빈방문 첫날 자금성 태화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자금성 황제 의전을 기획한 친강(오른쪽 두번째)은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12대 외교부장에 임명됐다. [중앙포토]

지난 2017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 부부가 중국 국빈방문 첫날 자금성 태화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자금성 황제 의전을 기획한 친강(오른쪽 두번째)은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12대 외교부장에 임명됐다. [중앙포토]

한때 중공 원로 자제說도…마자오쉬와 쌍두마차 전망

친 부장은 혁명 원로의 자제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로 유명세도 톡톡히 치렀다. 2021년 8월 주미 대사 발령이 나자 중국 인터넷에는 리톄잉(李鐵映·87) 전 전인대 부위원장의 아들로 리 부위원장의 부인 친신화(秦新華)의 성을 따랐다는 소문이 돌았다. 리 부위원장은 중국공산당 창당 초기 지도자인 리웨이한(李維漢, 1896~1984)의 아들로 중국 정계의 실력자다. 하지만 리 부위원장의 고향이 후난(湖南) 창사(長沙), 친 부장의 고향은 톈진으로 다른 것이 알려지면서 소문은 낭설로 판명됐다.

친 부장과 동명이인도 있었다. 1930년대 ‘28인의 볼셰비키’의 우두머리로 징강산 소비에트와 대장정 당시 중공을 이끌었던 보구(博古, 1907~1946, 본명 친팡쉬안·秦邦憲)의 아들이 친강 부장과 한자 이름도 같다. 요절한 보구의 큰아들과 작은아들 이름이 모두 친강이었다. 작은 친강(1936~2010)은 하이난성개발건설총공사 총경리를 역임했다.

친 부장의 외교부는 쌍두마차 체제로 굴러갈 전망이다. 당 기관의 일인 체제를 허용하지 않는 중공의 묵계에 따라 20차 당 대회에서 중앙위원 진입에 좌절한 마자오쉬(馬朝旭·60) 부부장이 외교부 일상업무를 맡게 된다. 마 부부장은 지난 13일 외교부 사이트의 주요 간부 소개 페이지에 ‘정부장급(장관급)’이라는 직책이 이례적으로 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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