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미국 국무부는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에 대사관을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일단 옛 영사관 자리에 터를 잡고 외교관 2명과 직원 5명으로 업무를 시작한 뒤 추후 시설 등을 확충한단 계획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솔로몬제도와 경제 개발·코로나19 대응·기후변화 논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지속해서 강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야망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 속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미 국무부 역시 지난달 의회에 대사관 재개설 계획을 알리며 "중국이 인프라를 건립한단 이유로 엄청난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중국 견제 의도를 숨기지 않은 바 있다.
인구 70만 명의 작은 섬나라인 솔로몬제도는 냉전 시기 미국에 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혔다. 미국은 이곳에 거점을 두고 소련을 견제해 왔으나 탈냉전을 맞으며 대사관을 폐쇄하고, 인접한 파푸아뉴기니 대사관에서 관련 일을 총괄해왔다.
그러나 솔로몬제도 측이 2019년 대만과 관계를 끊고 중국과 손잡으며 미국의 위기감이 높아졌다.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일대일로 양해각서를 맺고 지난해 4월 안보협정까지 체결하자, 미국은 곧바로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급파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대사관 재개설 역시 그 일환이다.
마셜제도에 7억달러 지원...팔라우 등과도 협상 중
미국 정부는 지난달엔 마셜제도에 기후 대응과 경제 지원을 이유로 앞으로 4년간 7억 달러(약 8553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와 군사적 협약 등을 맺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기서 '다른 나라'란 곧 중국"이라며 "미국은 마셜제도를 지원하며 '중국 때문'이란 걸 공공연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WP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미크로네시아 연방, 팔라우와도 유사한 지원을 협상 중이다.
세계 주요 해상수송로가 있는 태평양제도는 미국이 주요 군사 거점을 두는 등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곳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새 중국이 경제 지원을 명분으로 곳곳에 침투하며 미·중 각축장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중국이 이 지역 국가들에 안보 협정을 제안한 일은, 비록 불발됐음에도 미국의 불안감을 더욱 자극했다.
그러나 미국이 태평양제도에 다시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어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WP는 "미국 정부는 그간 이 지역에 소홀했다는 것을 인정하며, 잃어버린 영향력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태평양제도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짚었다.